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오세영(76·사진) 시인이 새 시조집 ‘춘설’(책만드는집)을 펴냈다. 오 시인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해가 지날수록 작품 활동을 더욱 왕성하게 하는 한국 문학의 대표적 작가다. 전 세계 오지를 찾아다니며 길 위에서 체득한 영감을 작품으로 승화시켜왔다. 이번 시조집은 그로서는 두 번째 도전이다. 시인의 말에서 “나는 우리 시조시단의 창작 경향을 잘 모른다”고 했듯이 무엇보다 자유로운 창작 태도를 강조했지만 정형시가 요구하는 형식은 철저히 지켰다.
그는 “시조는 정형시다. 그러므로 그 형식과 율격이 본질이며 생명”이라며 “시조는 민족문학이 우리에게 유산으로 물려준 단 하나의 정형시형이다. 그러니 그 정형을 소중히 받들어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조했다.
표제작 등에서 이와 같은 3·4조의 율격이 고스란히 읽힌다. ““헤어지자”, 내민 손을 차마 잡지 못하고서/ 고개 돌려 흐린 하늘 글썽이며 바라보니,/ 춘설이 난분분하여 낙화인 듯싶구나” ‘월식’ 등에서는 특히 마지막 3행의 ‘3·5·4·3’을 놓치지 않은 흔적이 역력하다. “우주가 극장이면 지구는 한 큰 무대/ 3막극 제 1막이 서서히 불 꺼지자/ 별들의 박수 소리만 객석에서 점멸한다”
오 시인은 올해가 등단 50주년이다. 두 번째 시조시집과 함께 평론집 ‘버릴 것과 지킬 것’도 출간했다. 순문학으로서의 시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서울대 국문학과 명예교수인 오 시인은 평론집 서문에서 “1985년 서울대 부임했을 때는 전두환 정권 시기였는데 학부만큼은 이념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학자적 소신 때문에 나로선 감당하기가 어려운 시기였다”면서 “시는 본질상 현실참여나 정치의 도구화가 어려운 문학 장르”라고 고백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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