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묵시청탁 부정되자
‘3자뇌물’ 무리한 기소 무죄로
‘0차독대’등도 안받아들여져
상고심서 법리논쟁 치열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집행유예로 석방된 데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프레임 전략’ 대부분이 항소심에서 깨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포괄적인 경영승계 현안을 위한 묵시적인 청탁’이라는 특검의 대전제가 부정된 게 결정적이었다. 이는 법리를 다루는 대법원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서는 전날 이뤄진 삼성 뇌물공여 판결을 놓고 특검과 삼성 양측 모두 금명간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검은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을 풀어준 데 대해 “실망스럽다”며 즉각 상고할 뜻을 밝혔고, 삼성 측 변호인 역시 “여전히 유죄 판단을 받은 단순뇌물 혐의는 상고심에서 다투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항소심 결과에 대해 7일 이내에 불복, 상고할 수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 정형식)는 전날 이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해 석방했다. 경영 승계, 묵시적 청탁이라는 대전제가 부정되면서 청탁 유무가 관건인 제3자 뇌물공여 혐의가 무너졌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16억여 원은 무죄로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여기에 “마필 소유권은 여전히 삼성 측에 남아 있다” 등의 논리를 받아들였다. 유죄로 인정된 뇌물액수는 1심 89억 원에서 ‘36억 원과 마필 무상사용 이익’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또 “삼성이 최 씨 소유의 독일법인인 코어스포츠를 통해 송금한 승마지원금 등에는 뇌물공여 의사만 있을 뿐 도피 범의가 있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1심에서 유죄로 본 재산국외도피 혐의도 무죄로 판단했다.

이 밖에도 특검 측이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고 강조했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짧게 만나기 사흘 전인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비밀리에 회동했다는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의 이른바 ‘0차 독대’ 진술 등이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특검 전략이 모두 깨진 것에 대해 “상고심 판단이 아직 남아있지만, 특검이 재벌 비난 여론에 힘입어 애초부터 무리한 짜 맞추기 수사를 벌인 결과”라고 비판한다. 특검은 상고심에서는 ‘형량이 지나치게 가볍다’거나 ‘핵심 증거에 대한 인정 여부 등 사실 오인이 있다’ 같은 주장을 더 이상 내세울 수 없다.

대법원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대해 법리 해석과 적용이 적정한지만 따지는 법률심(法律審)으로 운용된다. 이에 따라 대법관들은 항소심에서 부정된 ‘포괄 현안에 대한 묵시 청탁’ 등에 대해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일 것으로 관측된다.

항소심에서 삼성으로부터 36억 원 상당의 뇌물을 챙긴 것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형량 전망은 엇갈린다. 뇌물 액수가 대폭 줄어든 만큼, 박 전 대통령 1심 재판부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경우 그의 형량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일차적으로 나온다.

그러나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이번 사건에 대해 ‘최고 권력자의 겁박에 의한 뇌물공여’라며 박 전 대통령 등의 강요·뇌물수수 혐의의 상상적 경합(하나의 행위가 여러 범죄에 해당)을 인정한 만큼, 양형 가중 요소로 고려될 수도 있다”면서 “쉽게 말해 강요로 뇌물을 뜯어냈으니,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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