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9명이 중징계
4명은 수사·재판서 무혐의
채용비리 수사관련 또 우려


최근 10년간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물러난 금융 지주 회장과 은행장 절반가량은 이후 검찰수사 및 재판 등을 통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징계는 주로 정권 교체 이후 금융사 CEO 사임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이 채용 비리가 확인된 민간 금융사의 CEO에 대해 해임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당국의 제재 권한이 또다시 금융사 CEO를 겨냥해 ‘찍어내기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문화일보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최근 10년간 금융당국에서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금융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징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9명 중 4명(44%)이 징계 이후 검찰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009년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과 정용근 전 농협중앙회 신용사업부문 사장(현재 NH농협은행장)이 파생상품 투자 손실을 이유로 각각 직무정지 3개월과 문책경고를 받았다. 2010년엔 강정원 전 KB금융 회장(문책경고·부실투자 손실)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직무정지 3개월·실명확인 안 된 차명계좌 개설), 문동성 전 경남은행장(문책 경고·금융사고)이 중징계를 받았다.

2013년 리처드 웨커 전 외환은행장에게는 중소기업 대상 대출 이자 부당 취득 혐의로 문책경고가 내려졌다. 2014년엔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이 저축은행 부당지원혐의로 문책경고를 받고 사임했고,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과 이건호 전 KB국민은행장은 KB 사태를 촉발한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한 감독 책임으로 직무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임원으로 취업할 수 없다. 중징계는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금융당국의 최후통첩으로 해석돼 조사 대상인 9명 모두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4명의 CEO는 검찰수사와 재판 등으로 명예를 회복했다. 황 전 회장은 3년간의 행정소송을 통해 2013년 대법원에서 중징계 무효 결정을 받아냈고, 강 전 회장과 라 전 회장도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주전산기 선정과정에서 부당한 개입을 했다는 혐의(업무방해)로 고발된 임 전 회장도 2015년 검찰로부터 무혐의 결론을 받았다.

중징계를 받고 업계를 떠난 한 전 금융 CEO는 “당시 너무 억울했지만,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소송을 할 수 없었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채용비리로 CEO 해임까지 끌어내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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