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커 웨스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미국 루지 사상 첫 남자 1인승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른쪽 사진은 어릴 적 전용 놀이터였던 나무 트랙.
터커 웨스트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미국 루지 사상 첫 남자 1인승 금메달에 도전한다. 오른쪽 사진은 어릴 적 전용 놀이터였던 나무 트랙.
- 남자 1인승 출전 웨스트

어릴적 나무트랙 타며 연습
19세때 최연소로 대표 발탁
“엄청난 훈련 소화…자신있다”


터커 웨스트(23)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미국 루지 사상 첫 남자1인승 금메달에 도전한다.

웨스트는 19세이던 2014년 미국 루지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됐고 그해 열린 소치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그러나 웨스트는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탓에 남자1인승에 출전한 39명 중 22위에 그쳤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웨스트에겐 보약이 된 셈. 세계정상급과의 격차를 실감한 웨스트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훈련에 몰두했고, 기량을 끌어올려 10개월 뒤 열린 2014∼2015시즌 월드컵 2차 대회에서 기어코 정상에 올랐다.

미국은 스포츠 강국이지만 루지는 취약한 편. 미국은 아직 올림픽 루지 남자1인승에서 금메달은 물론 3위 안에 든 적이 없다. 미국이 지금까지 올림픽 루지에서 획득한 메달은 5개. 남자2인승에서 은메달 2개와 동 2개, 여자1인승에서 동 1개뿐이다. 미국은 그래서 웨스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웨스트에게 아버지(브렛)는 가장 든든한 후원자. 미국은 자국에서 열린 2002 솔트레이크시티동계올림픽에서 루지 남자2인승 2∼3위를 차지했고, TV로 루지 레이스를 시청하던 7세 꼬마 웨스트는 “루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라고 외쳤다. 아들이 루지에 빠진 걸 알게 된 부친은 아들을 위해 집 뒷마당에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나무트랙을 설치했다.

나무트랙의 길이는 700피트(약 213m)를 넘었고 자동 착빙 시스템과 스피커를 갖췄다. 특히 야간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조명까지 설치됐다. 나무트랙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20초가량 걸렸고, 최고 시속이 48㎞였기에 어린 웨스트가 썰매를 타고 놀기에 딱 알맞았다.

루지는 썰매에 누워 쿠펜으로 불리는 조종 장치를 다리로 조작한다. 발이 앞을 향하기에 시야 확보가 어려운데, 웨스트는 꼬맹이 시절 루지에 입문했기에 별 탈 없이 적응했다.

1998 나가노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고든 시어가 나무트랙에 대한 소문을 듣고 2004년 웨스트의 집을 방문했다. 시어는 “뒷마당에 썰매를 탈 수 있는 트랙을 만든 열성 팬이 있다길래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시어는 나무트랙에서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는 웨스트의 장래성을 확인하곤 미국대표팀의 훈련장인 레이크플래시드 트랙으로 초청했다.

웨스트는 레이크플래시드 트랙에서 시속 90마일(144.8㎞)로 질주하는 미국 국가대표들을 보면서 ‘나도 꼭 저렇게 멋있는 루지 선수가 돼 올림픽에 출전하겠다’고 결심했고 마침내 꿈을 이뤘다. 시어는 웨스트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고, 웨스트는 12세이던 2007년 뒷마당의 나무트랙을 떠나 레이크플래시드 트랙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지난 1일 평창선수촌에 발을 들여놓은 웨스트는 “평창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는 9번째 커브부터 12번째 커브까지가 무척 어렵지만 엄청난 양의 훈련을 소화했기에 자신 있다”며 “누구보다 빨리 알펜시아슬라이딩센터를 내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웨스트의 대표팀 동료 크리스 매즈더는 “웨스트는 4년 전보다 나아졌고 강해졌다”면서 “풍부한 경험까지 갖췄기에 그가 마음먹은 대로 레이스를 펼칠 수 있다”고 칭찬했다.

평창=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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