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5일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미사일 방어 관련 브리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마이크 펜스(가운데) 미국 부통령이 5일 알래스카주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미사일 방어 관련 브리핑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文대통령 北·美대화 중재 그림
靑 “쉽지 않은 사안” 신중모드
美국무부는 “만날 계획 없다”

펜스·김영남 동시에 韓 머무는
9·10일 단 이틀이 만남 승부처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파견되는 북한과 미국 대표단의 접촉 여부가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운전대 외교의 향방을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8∼10일)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9∼11일)이 한국에 같이 체류하는 시간은 ‘하루 반’ 정도다. 당초 북한과의 접촉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던 미국 측이 개막식이 다가오자 다소 기류가 바뀐 모습을 보여 북·미 접촉 실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남북 대화 국면이 북·미 대화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는 바람을 계속 밝혀왔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펜스 부통령 방한이 이를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 것도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의 의중을 의식해 북·미 접촉 여부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북·미 접촉은 북한과 미국의 의사가 중요하다”며 “우리가 어떤 의지를 갖고 요구하기 쉽지 않은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평창올림픽 개막 행사에서 북한 대표단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우리 정부에 요청하는 등 북한을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청와대는 미국 측의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 올림픽 개막식 관련 행사에 미국과 북한 대표단의 부담스럽지 않은 만남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직후 북한의 추가 도발과 미국의 제재 강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대화 국면을 이어가려는 문 대통령 입장에서는 북·미 접촉 성사가 ‘마지막 퍼즐’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서도 북·미 대화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해 방한하는 펜스 부통령과 북한 인사들과의 만남 가능성에 대해 “지켜보자”(we’ll see)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도 일본으로 오는 도중 알래스카에서 “북한 대표단과 어떠한 회동도 요청하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보자”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6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펜스 부통령의 (올림픽) 방문은 한·미 동맹의 힘을 더 보여주고 전 세계에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캠페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평창올림픽 기간이나 그 이후에 어떠한 북한 관료와도 만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
김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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