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타는 의사모집에 가슴뛰어
“나 아니면 안된다 사명감 생겨”
전국 수소문해 의료진 구성
슬로프서 환자 치료법 연구
스포츠 의학 전문가인 은승표(사진 왼쪽) 코리아나정형외과 원장은 지난 4일부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가 열리는 강원 정선 인근에 머물고 있다. 은 원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의무위원으로 활동하며 슬로프에서 다친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현장에 투입된다. 은 원장에겐 ‘스키 타는 명의’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해 스포츠 의학을 전공했다. 1999년엔 미국 버몬트주립대 스키부상연구소에서 유학했고 여러 종목 선수들의 부상을 두루 치료하지만 주전공은 스키다. 동계올림픽 슬로프는 단단한 얼음에 가깝다. 시속 140㎞를 넘는 알파인스키 활강의 경우,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위험하다.
은 원장은 국제스키연맹(FIS)과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스키를 잘 타는 의사’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은 원장은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냐는 사명감 같은 게 생겨났다”며 “스키에 대한 각별함 때문에 생업도 뒤로 하고 이곳(평창)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은 원장은 ‘스키 좀 탄다’는 전국의 의사들을 수소문해 ‘올림픽 스키 메디컬 서비스(OSME)’라는 모임을 구성했다. 이 모임에 합류한 동료 의사들과 주말이면 스키장에 모여 응급 상황에 필요한 사이드 슬립(옆으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기술)과 스키를 신고 벗는 법 등을 함께 훈련했다. 공부도 해야 했다. 은 원장은 “동료들과 함께 경사진 슬로프에 환자를 어떻게 눕힐지 연구하고, 응급 구조학도 다시 공부했다”며 “2016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스키 테스트이벤트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설상 종목에 60여 명의 의사와 함께 참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 원장은 “평창은 스키 타는 사람들의 고향 같은 곳이고, 게다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전공을 살려 참가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며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발휘한다면 평창동계올림픽은 최고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 원장의 목표는 세계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동계올림픽 의료 안내서를 제작하는 것이다. 동료 의사들과 함께 매일 새롭게 배우고 있는 현장의 노하우를 모아 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으로 남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 원장은 “8일부터 공식 훈련이 시작됐고, 11일부터 경기가 치러진다”며 “실전 같은 훈련이기에 부상자가 생길 수 있어 긴장을 놓을 수 없고, 어린아이가 마음 놓고 아빠에게 뛰어들듯 선수들이 안심하고 기량을 발휘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평창 =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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