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저 둘째 딸 정선이에요! 엄마, 아빠께 쓰는 편지는 항상 틀에 맞춰 똑같은 레퍼토리로 써왔는데 이번에는 틀에서 벗어나서 진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전하려고 해요. 잘 들어봐 주세요.
먼저, 얼굴은 저와 붕어빵같이 똑같아서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아빠! 항상 저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으시죠? 가족을 위해 밤에 신발 바닥 닳도록 열심히 일하시는 거 알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아빠 볼 때마다 짜증만 내서 죄송해요. 아빠가 밤일하시느라 볼 시간이 주말밖에 없는데,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하셔야 하는 것을 아는 데도 저도 모르게 나오는 짜증 때문에 그거 받아주느라 많이 힘드셨죠? 아빠가 항상 저를 이해해주면서 제가 내는 짜증을 다 받아주고 도와주고 해주시는 거 다 느끼고 있고 정말 고마웠어요. 그리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빠가 열심히 택배 일을 해도 생활비나 빚으로 금방 바닥나는 돈 때문에 학원을 보내주지 못한다고 미안하다고 하셨을 때 정말 죄송했어요. 저는 이렇게 저를 위해주는 부모님을 생각하지도 않고 놀러 다니고 그랬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 엄마한테는 죄송한 게 너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초등학생 때 뇌출혈이라는 큰 병이 생기고 한쪽 다리를 잘 못 쓰게 됐는데, 큰 빚과 함께 언니, 남동생, 여동생 그리고 저까지 양육비를 만들기 위해 돈이 필요해서 아픈 몸 이끌고 일하시던 엄마를 아직 잊지 못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힘든 병을 이겨냈는데도 불구하고, 또 찾아온 암이라는 병에 엄마가 많이 힘들어하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어요. 그런 엄마를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 방법이 없어 힘들기도 했고요. 이제 암까지 다 치료하고 나서 아직 몸이 불편하신데요, 저는 그런 엄마를 생각하지도 않고 무시하고 방에 박혀 있고 짜증 내고, 정말 죄송해요.
지금 하는 힘든 일들은 다음의 행복을 위한 거로 생각하고 저희 생각하면서 힘내세요! 그리고 평소에 제가 좀 많이 부끄러워해서 사랑한다는 말을 잘 안 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편지로 꼭 말해드리고 싶어요. 엄마, 아빠 제가 말로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정말 정말 사랑해요. 그리고 감사해요. 앞으로는 직접 말로 해보도록 노력할게요. 아! 또다시 강조하자면 묵묵히 저의 뒤를 지켜주고 성공의 길로 밀어주고 노력해주시는 엄마, 아빠를 위해 꼭 보답해드리는 둘째 딸 정선이가 되겠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 문화일보 후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주최 '감사편지 쓰기' 공모전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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