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통해 수천명 살상
필리핀 “국가 주권 침해” 반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로드리고 두테르테(사진) 필리핀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빚어진 반인도적 범죄 혐의와 관련해 예비 조사에 착수했다. ICC가 동남아시아 국가의 반인도적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를 벌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판토우 벤소우다 ICC 차장검사는 8일 성명을 내고 “2016년 7월 1일부터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이름 하에 발생한 범죄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ICC의 예비조사는 필리핀의 후데 사비오 변호사가 지난해 4월 두테르테의 반인도적 범죄 혐의 ICC 고발에 따른 조치다.

사비오 변호사는 당시 ICC에 제출한 77쪽의 서류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 시장 재임 중이던 1988년부터 약 30년 동안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목으로 초법적 대량 살상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이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4000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8000명 이상이라고 폭로했다.

해리 로케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우리는 ICC 검사들의 이번 결정을 시간과 자원 낭비라고 보고 있다”며 “필리핀의 사법권이 잘 작동하고 있으므로 ICC의 개입은 국가 주권의 침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로케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국가와 시민에 대한 위협에 맞서 합법적 폭력을 사용하고 있으며, 제기되고 있는 혐의도 이미 2011년에 나왔던 내용으로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필리핀에서 범죄자 수만 명을 죽이고 마약을 근절하겠다는 공약 등에 힘입어 압승을 거뒀다. 집권 이후 대규모 살상을 수반하는 범죄 근절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무자비한 공권력 남용과 인권 탄압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그동안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를 ‘쓸모없고 위선적이며 허튼소리를 하는 기관”이라고 비판하며 수차례 탈퇴를 공언해 왔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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