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은 문재인 대통령 외교(外交)의 중대 분수령이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여를 위해 방한(訪韓)한 외빈들과의 잇단 회동이 ‘올림픽 덕담’을 넘어 올림픽 이후 한반도 정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7일 “예전에는 외교가 국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이렇게 클지 몰랐다”고 솔직히 토로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문 대통령의 외교 역량과 지향점의 차이에 따라 북핵(北核) 폐기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도 있고, 정반대로 국제사회의 북핵 봉쇄 노력에 맞서는 김정은을 거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10일 진행될 김영남·김여정 등 북한 대표단과의 회동에 국내외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대북 압박 강도를 높이는 ‘동맹’ 미국과, 북핵 공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대남 ‘미끼’를 던진 북한 김정은 사이에 문 대통령이 끼여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180도 달라질 것이다. 문 대통령은 8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만찬 회동을 한 데 이어, 9일엔 평창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국과 일본의 메시지는 선명하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 한국 국민에게 다시 한번 이 말을 하고 싶다”면서 “북한은 영구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법으로 핵무기뿐 아니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일엔 천안함을 둘러보고, 탈북자들과 만나며, 개막식엔 오토 웜비어 부친과 함께 참석한다. 아베 총리는 9일 한국으로 출국에 앞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한·미·일 협력관계는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세계에 전하는 회담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상황이 어지러울수록 기본이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위기의 원인이 북한 핵개발에 있음을 단 한순간도 잊어선 안 된다. 북핵 저지라는 핵심을 우회한 채 남북대화를 미·북 협상으로 연결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환상이다. 북한은 2006년 2월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공동 입장한 지 8개월 만인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단행한 전례도 있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조차 더 이상 북한의 위장 평화 전술에 속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하며 제재 강도를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남북 정상회담에 연연하지 말고, 김여정을 통해 김정은에게 ‘핵 포기’가 유일한 출구라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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