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들 말하는 ‘여건’

“북핵 유예 - 한미훈련 조정
남북미 합의 필요” 의견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9~11일 방남한 고위급 대표단을 통해 제안한 ‘평양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염두에 둔 수순이긴 하지만 동시에 여러 선결 과제와 조건이 필요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정상회담 전 핵·미사일 도발 중단 등 북의 결단, 비핵화 의제를 포함한 북·미 대화 등을 거쳐야 정상회담이 북·미대화와 남·북·미 대화로 확대되는 선순환 구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끌려간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평양이 아닌 남측 또는 판문점에서 실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12일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제일 중요한 건 북으로부터 비핵화 약속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그 약속을 받아오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북·미 회담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은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약속을 못 받아오게 되면 대북 군사행동을 위한 판을 깔아주게 되는 것”이라며 “그땐 북·미 사이 외교는 다 끝나게 되고 한·미동맹 해체로 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남북 정상회담의 선결 과제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이 가장 중요하다”며 “그것이 이뤄져야 향후 북·미 대화도 가능하고, 미국도 우리와 공조하고 우리 정상회담에 공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의도는 핵은 그대로 가지고 있으면서 핵으로 인한 국제적 대북 제재와 압박 공조는 흐트러뜨리려는 것”이라며 “북한의 이런 의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상회담여건이 조성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북·미 3자가 가장 초보적인 수준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예를 들어 북의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유예) 선언과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조정에 있어서 3자가 합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이를 위해 한·미 훈련이 천안함 사건 이전처럼 4대 전략자산은 배제한 실용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박준희 기자 klug@munhwa.com

관련기사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