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비롯한 고위급대표단의 9∼11일 방남으로 마련된 남북 대화의 분위기에 대해 미국과 일본의 싱크탱크와 언론은 남북관계의 해빙 분위기를 일단 환영하면서도, 대북제재와 관련해 한·미·일 공조체계 붕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부보좌관이었던 미 외교관계위원회 아시아 전문가인 엘리 래트너는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방해만 되는 (남북) 대화는 한·미 연합을 분열시키려는 북한 정권의 목표에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도 “북한의 상징적인 제스처에 대한 경제적 지원은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 위반이라는 점을 문재인 대통령은 깨달아야 한다”며 김정은의 ‘사로잡기 전략’이 한국을 미국이 주도하는 최대 압박 전략에서 멀어지게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여정의 매력이 펜스의 스포트라이트를 차지하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여정은 공개적으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스핑크스와 같은 미소만 지으면서 이미지 메이킹에 있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을 측면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이 한국에 대표단을 보냈을 때 전 세계는 김정은에게 시선을 빼앗길까 걱정했다”면서 “만약 그것이 김정은의 의도였다면 김여정은 그 누구보다 제 역할을 해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도 “북한이 겨울 올림픽의 가장 중요한 메달 중 하나인 ‘외교전 금메달’감으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제임스 쇼프 카네기재단 연구원의 말을 인용해 “문 대통령을 평양에 초청한 것은 김정은에 의해 잘 연출된 것”이라며 “정상회담을 계획하는 동안 한·미 동맹이 훈련을 재개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도쿄(東京) 다쿠쇼쿠(拓植)대 가와카미 다카시(川上高司)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남북 대화의) 발전은 기대할 수 있지만 일본에 이것(남북 대화)은 악몽의 시나리오”라며 “북한은 아주 능숙하게 한·미·일 관계를 깨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국방성의 고위 관료도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의 완성까지 시간을 끌려는 방법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실시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올림픽에서의 화해 분위기가 북핵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83%, 이어질 것이라는 응답은 1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