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하자 진앙과 가까운 흥해실내체육관에 임시로 거주하던 이재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술렁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4.6의 지진이 발생하자 진앙과 가까운 흥해실내체육관에 임시로 거주하던 이재민들이 공포에 휩싸여 술렁이고 있다. 연합뉴스
- 전문가들 ‘더 큰 지진’ 경고

수평으로 움직인 작년과 달라
수직 밀어올리는 성격이 강해
주변단층 자극땐 새로운 지진

작년 피해주민 복구 엄두못내
당국 ‘지각 긴급문자’에 비난


지난 11일 발생한 규모 4.6의 경북 포항 여진은 지난해 11월 강타한 규모 5.4의 본진과 다른 양상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여진이 단층대의 모서리 부분에서 발생해 다른 단층으로 힘이 전이되면 더 큰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예보 지진’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덕기 국가지진화산센터 지진화산연구과장은 12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지진은 수평으로 움직이는 힘이 강한 지난해 본진과 달리, 수직으로 밀어 올리는 성격이 강한 역단층성 운동이 발달해 본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여진이 단층의 모서리에서 발생하는 등 끝부분에 몰려 있어 주변 단층을 자극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다른 단층에 응력이 쌓이면 새로운 지진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새로운 단층대로 응력이 옮겨갔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지질전문가는 “이번 지진은 광범위하게 보면 본진이 주변 단층대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여진은 천천히 진행되면서 인근에 전파되는데, 이번 지진은 그 관계를 넘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강진 이후 다소 안정을 찾던 포항 시민들은 3개월여 만에 발생한 강한 지진으로 또다시 ‘지진 포비아’에 시달리고 있다.

이날 오전 지진피해 대피소가 마련된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김모(63) 씨는 “지난해 지진 이후 포항시에서 집을 정밀 진단한 후 귀가하라고 했지만 이번 지진으로 더욱 믿을 수가 없게 됐다”며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 힘들고 주변에 마땅한 집도 구하기 어려워 서럽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흥해체육관에는 지난 10일까지 149가구 312명이었던 대피 주민들이 11일 여진으로 196가구 4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지진 피해 주민들은 복구에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채 날벼락을 맞았다. 포항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지진 피해 주택 복구비로 국비와 지방비 등 총 310억 원 가운데 305억 원을 지난 1월까지 2만5361가구에 지원했다. 또 국민 성금 377억6900만 원 가운데 263억 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했지만 상당수 주민은 복구에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김모(51) 씨는 “시에서 안전진단을 한 뒤 B등급 판정을 하고 복구비 200만 원을 통장에 입금했다”며 “이 돈으로는 집 안팎에 난 균열 보수를 도저히 할 수 없어 일부 주민들은 생활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방재당국은 11일 지진 긴급문자를 7분 정도 늦게 발송해 포항과 인근 주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포항시는 지진 발생 이틀째인 12일 오전 11시 현재 40명이 부상을 입고 사유 시설 150건, 학교 47건 등 모두 204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포항 = 박천학·곽시열·박영수 기자 kobbla@munhwa.com
박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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