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논의가 급부상한 것과 관련, 문재인 정부와 미국 행정부가 대외적으로 ‘양국 관계에 균열이 없다’고 되풀이 강조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북핵 폐기를 위한 ‘좋은 경찰, 나쁜 경찰’식의 역할 분담이 아니라, 대북 인식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발견되기 때문이다. 문 정부는 남북대화가 북·미 대화의 근본 의제인 북핵 폐기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 측은 정반대로 북핵 해법의 걸림돌이며 지금은 최대 압박을 계속할 때라는 입장이 확고하다.

이런 상반된 인식에 따라 한·미 연합훈련 문제는 곧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미국 입장은 선명하다. 북한 대표단 일행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서 “북한을 계속 고립시켜야 한다는 데 한·미·일 간에 조금의 의견 차이도 없다”고 강조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11일 김여정 등의 방남에 대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비난했던 국가에 따뜻한 면을 보여주려는 노력”이라고 규정했다. 일본 입장은 더 분명하다. 고노 다로 외상은 11일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북한 의지가 바뀌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아베 신조 총리는 9일 문 대통령에게 한·미 훈련 재개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내정간섭이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지만, 북핵 문제는 한·미·일 3국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임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연합군사훈련은 동맹 유지를 위한 필수 요건이다. 크리스토퍼 힐 전 주한 미 대사가 지난달 31일 언론 기고를 통해 ‘훈련 없는 군사동맹은 악기 없는 오케스트라’라고 말한 그대로다. 정부 내에서는 훈련 재(再)연기 또는 규모를 축소하고, 북한은 추가 도발을 않는다는 식의 ‘쌍중단’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최근 “연합훈련을 협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한·미 동맹을 저버려야 할 시점”이라 경고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 연합훈련을 조정한다면 동맹관계를 자해(自害)하는 일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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