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남북 관계가 우려할 만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동참 입장을 밝혔고, 한 달여 만에 동생 김여정을 특사 자격으로 남한에 보내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전면 봉쇄로 궁지에 몰린 김정은이 문 정부와의 관계 개선으로 국제 제재 무력화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문 정부의 호들갑이다. 김여정 등에 대한 과공(過恭)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을 향해 한반도 위기와 남북 관계 경색의 근본 원인인 핵무기 개발 및 각종 도발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못하면서 800만 달러 지원 집행, 특사 파견, 나아가 정상회담까지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정황이 뚜렷하다.
김정은의 평양 방문 초청에 대해 문 대통령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고 답했지만, 청와대 대변인은 ‘수락’의미로 발표했다. 나중에 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해명하는 해프닝까지 있었지만, 여권 내부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11일 북한 예술단 공연을 관람한 자리에서는 “만남의 불씨를 키워 횃불이 될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이 정상회담이라는 미끼를 던진 이유부터 제대로 알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대남 카드로 돌파하겠다는 속셈이다. 역설적으로, 김정은이 그만큼 궁지에 몰리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두 차례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한반도 평화가 오기는커녕 북한은 한시도 중단하지 않고 핵무기를 개발했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때엔 거액의 뒷돈을 요구했고, 그 송금이 늦어지자 정상회담 날짜까지 하루 미뤘던 북한이다. 김정은이 평창올림픽 전날 대대적인 열병식을 거행하며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까지 과시한 다음,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은 핵·미사일을 고수하며 남북대화로 제재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상회담을 수락해선 안 된다. 북한이 핵 포기 의지를 밝히지 않는 이상, 남북대화든 정상회담이든 의미가 없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지속될 수밖에 없고, 김대중 정부 때의 6·15공동선언은 물론 노무현 정부가 약속한 10·4선언 이행도 불가능하다. 미국은 더 강력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북한을 더 압박해 김정은이 체제 붕괴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 있는 협상에 나설 것이다. 그런데 문 정부의 움직임을 보면 이런 결정적 시기를 또 놓칠지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