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 前 주미 대사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간에 대화가 시작됐다. 북한 선수단의 참가와 지난 9일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특사 간의 청와대 오찬으로 이어졌고, 문 대통령의 방북 문제가 거론됐다. ‘트럼프-김정은’ 간의 ‘말의 전쟁’ 때보다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크게 완화됐다. 앞으로도 남북한 간의 대화는 억지력(deterrence), 제재와 함께 계속돼야 한다.

올림픽 이후에 남북관계는 어떻게 풀릴까? 한마디로 어렵다. 상황이 어려운 건 우리나 미국의 외교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북한이 자초한 딜레마에 원천이 있다. 우리나라나, 미국, 중국이 도와주려고 해도 도울 수가 없다. 북한의 딜레마는 핵 개발과 경제 발전을 같이하자는 데서 나온다. 병진정책은 이율배반적인 2개의 목적을 묶는 철학적인 과오를 범하고 있다. 북한의 핵 개발은 주민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써 가능하다. 통제를 하면서 경제 발전을 한 국가는 없다. 북한의 미래는 핵이 아니라, 경제 발전에 따라 정해진다.

중국은 개방·개혁으로 번창하고 있다. 반면, 옛 소련은 국민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경제 발전을 하겠다는 내부 모순 때문에 소멸했다. 무력에서는 미국과 동등한 능력을 보유(military parity)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11월 29일 화성-15형 발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의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김 위원장은 2011년 취임 이후 핵 개발과 경제 발전, 즉 병진 정책을 추구해 왔다.

그동안 북한은 연간 약 3% 정도의 경제 발전을 했다. 식생활이 개선됐고, 모바일 수가 300만 개를 넘고, 자동차 수가 많이 늘어났으며, 장마당이 곳곳에 섰다. 문제다. 그동안 발전된 주민의 경제적인 기대를 어떻게 앞으로 만족시킬 것인가 하는 데 김 위원장의 미래가 걸려 있다. 그래서 평양은 핵 개발을 ‘완성’한 이후에는 경제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북한의 핵무장과 경제문제가 안보리 제재에 의해 함께 묶여 있다.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핵 문제를 남쪽과 협의하는 것을 거부한다. 북한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우리 노력으로 대신 해결할 수는 없다. 안보리 제재 때문에, 핵 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이는 제재의 완화도 이를 위한 미·북 대화도 가능하지 않다. 그런 가운데 미국은 북한의 추가적 도발에 대한 제한적 정밀타격(surgical strike)의 카드를 열어 놓고 있다.

긴장 완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바꾸자는 쌍중단(freeze for freeze)과 관련, 한·미 연합훈련은 남북한 간의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 대북 억지력의 핵심을 이루는 한·미 동맹의 독점적 관할 사항이다. 그런데 상황을 보면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협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핵 ‘완성’ 이후에 북한은 도발 목적이 아닌 한 추가 실험을 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당분간 한·미 군사훈련의 강도나 규모는 자연스럽게 상호 이익에 따라 조정돼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 북한은 스스로를 도와야 한다. 북한의 미래는 결국 북한이 결정한다.

결국, 우리는 북핵(北核) 문제와 미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북한 문제를 ‘관리’해야 한다. 긴장 완화를 실현하면서 북한이 다급한 경제문제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 관찰해야 한다. 외교는 냉혹하다. 전쟁과 마찬가지로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한다. 외교에 철학이 없으면 희망과 정서에 매달리게 된다. 정리되지 않은 희망과 정서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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