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삼국사기엔 이상행동 기록
1개월 뒤 백제 멸망 이어져”


“개는 충직함과 친근함, 용맹함을 지닌 동물로, 지구상 어떤 동물보다 인간과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래서 선사시대 이래 현재까지 사람들은 개를 매우 중요한 존재로 여겨왔죠.”

무술년 개띠해를 맞아 특별전 ‘공존과 동행, 개’ 전을 열고 있는 천진기(사진) 국립민속박물관 관장은 개의 문화적 상징성을 ‘충직, 용맹, 영리, 비천’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한다.

그리고 전시도 그에 맞게 통일신라 시대의 ‘십이지신추(錘)’와 ‘개 모양 장식 굽다리접시’, 사도세자의 작품으로 전해지는 ‘견도(犬圖)’ 등 다양한 전통 유물부터 ‘시각장애인 안내견’ ‘인명 구조견’ 등 현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개와 관련된 영상 등까지 70여 점을 소개한다.

천 관장은 한반도에서 인간과 개의 관계가 멀리 신석기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본다. 실제로 부산 동삼동 패총 출토 유물에서는 개의 머리뼈가 다수 확인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개는 인간의 설화와 역사 속에 쉼없이 등장한다.

“삼국사기 ‘의자왕’ 조에 보면 백제 멸망을 예시하는 개의 이상한 행동을 적고 있어요. ‘들사슴 모양을 한 개가 서쪽에서 와서 사비성 강둑에 이르러 왕궁을 보고 짖어대다가 갑자기 사라졌다. 서울에서 여러 마리의 개가 길에 모여 어떤 놈은 짖고 어떤 놈은 울었다’ 등의 내용이죠. 이러한 개들의 변태 행동이 있고 나서 불과 1개월 뒤에 백제가 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처럼 개가 미래를 예견하는 동물로 등장하는 것도 개의 영민함과 무관치 않아 보이는 대목이다.

“예로부터 개는 집 지키기, 사냥, 맹인 안내, 호신 등의 역할뿐만 아니라 잡귀와 요귀 등 재앙을 물리치고 집안의 행복을 지키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어요. 충직과 용맹, 영리함을 두루 갖춘 동물로 대접을 받은 셈이죠. ‘개는 사흘만 기르면 주인을 알아본다’는 속담이나 자식을 가리켜 ‘우리 강아지’라고 부르는 애칭도 그래서 생겨난 것 같습니다.”

천 관장은 우리 조상들이 개에 대해 그처럼 신뢰를 보내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비천함의 상징으로 내모는 이중적 측면도 보였다고 지적한다.

“개는 우리와 밀접하게 더불어 살아왔기 때문에 개의 적나라한 일거수일투족이 속담에서 그려집니다. 특히 하찮은 존재에 대한 비유, 부정적인 이미지에 대한 비유, 우둔한 모습·약자로서의 모습, 무식한 이미지에 대한 비유, 보기 흉한 모습, 굶주린 모습, 태만한 모습 등 비천함의 대명사로 속담에서 개가 묘사됩니다. 그 때문인지 개살구, 개맨드라미 등 ‘개’ 자가 앞에 붙으면 격이 떨어지는 사물 취급을 받습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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