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北과 거래 라트비아銀 제재

라트비아 은행중 자산규모 3위
北불법무기 관련 회사와 거래

北, BDA때 “피 얼어붙는 느낌”
美 “비핵화 때까지 압박 강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3일 북한 자금을 세탁한 혐의로 라트비아의 ABLV 은행을 미국 금융망에서 전격 퇴출시키면서 대북제재·압박 강화에 시동을 다시 걸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북·미대화에 나서더라도 북한의 비핵화 태도 변화 없이는 대북제재·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강력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방한한 라이몬즈 베요니스 라트비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양국 간 협의 내용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로이터통신·미국의소리(VOA) 방송 등에 따르면 라트비아는 불법적 자금세탁 온상으로, 북한 자금세탁에 깊숙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ABLV는 라트비아 은행 중 자산 규모가 3위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라트비아 지역투자은행과 발티쿰스은행, 프라이빗은행 등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을 적발하기도 했다. 당시 라트비아 금융당국은 대상 은행에 총 72만 달러(약 7억7954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취한 ABLV 은행 제재는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제재와 판박이다. 미국은 2005년 애국법 311조에 의거해 BDA를 ‘주요 자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했고, 이후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일어나면서 북한 비자금 2500만 달러가 함께 동결된 바 있다. 당시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BDA 사태에 대해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했을 정도로, BDA 제재는 북한에 가장 뼈아팠던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12년 만인 지난해 6월 중국 단둥(丹東)은행에 같은 조치를 취한 것도 이 같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대북제재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날 재무부의 조치로 북한뿐 아니라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러시아 등 제3국 금융기관들도 상당히 긴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러시아의 대형 은행을 겨냥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제재 전면 이행을 압박하기 위해 제3국 기관·개인을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대북 해상차단 카드를 꺼낼 확률도 높다. 백악관 관계자도 이날 언론 논평에서 “최대의 압박은 북한 정권이 비핵화할 때까지 강화될 것”이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ABLV 은행= 1993년 라트비아 동부 아이스크라우클레주 지역은행으로 출범해 발트3국 최대 은행 중 하나로 성장한 대형 금융기관이다. 라트비아 수도 리가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주로 외국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벨라루스 등 독립국가연합(CIS)을 중심으로 9개 국가에 지사를, 전 세계 11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공동소유주인 올레그스 필스와 어니스츠 베르니스는 라트비아의 최고 부호 1, 2위이기도 하다.

워싱턴=신보영 특파원 boyoung22@
신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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