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한문단편집 출간

한국학·한문학자 이우성(1925∼2017)과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1973년에 초판 출간한 ‘이조한문단편집’이 현대적 문체와 장정으로 새롭게 창비에서 나왔다. 우리 문학사의 ‘소설 시대’였던 18∼19세기 한문 단편의 전형을 보여주는 작품 187편을 수록한 것으로 연암 박지원의 작품도 11편 들어가 있다.

18, 19세기는 전통적인 양반사대부가 몰락하고 중인·서리층이 득세하며 상인·수공업자·농민층에서 신흥 부자들이 나와 사회의 세력관계를 바꾼 격변기였다. 이 격변기의 활력은 거리의 이야기꾼들에게 풍부한 소재를 제공해, 다양한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단편집에 수록된 작품들은 문인 선비들이 창작한 작품이 아니라 거리와 민가의 사랑방에서 이야기꾼들이 입으로 재현한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으로 양반 사대부부터, 역관, 상인 등 신흥부자, 기생, 명창 등 예인, 도둑·거지·사기꾼 등 다양한 인간군상이 등장해 조선의 일상 단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초판 출간 이후 이는 실체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던 18∼19세기 한문 단편을 국내외 각지에서 발굴해 엮은 것으로 한국 문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고, 한국학의 가치를 재정립한 책이다. 이를 다시 펴내기 위해 임형택 교수는 5년간 제자들과 함께 독회 과정을 밟으며 젊은 언어 감각을 더하고, 최신의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전 4권의 대작으로 완성했다. 초판에서 작자가 밝혀지지 않던 작품들을 이번에 거의 다 확인해, 출처를 새로 고증해 한문 단편 연구의 한 매듭을 지었다. 1∼3권이 일반독자들을 위한 현대적 번역문이라며, 4권에는 전문연구가들을 위해 원문을 별도로 모아 정리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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