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전해져 국보급이 된 조선 차 사발을 재현하는 도예가 송기진 씨.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전해져 국보급이 된 조선 차 사발을 재현하는 도예가 송기진 씨.

박상문 포토다큐 ‘한국사람들’

“남들의 반대편에 꽃길이 있다”는 증권가의 격언으로 알려졌지만 울림이 있는 말이다. 대부분 사람이 찾지 않는 길은 힘들고 외로운 길이다. 보장할 순 없지만, 큰 성취는 그런 길에서 만난다. 35년째 카메라를 들고 현장을 누비는 박상문 사진기자(Korea Joongang Daily 부국장)의 책 ‘Humans of Korea 한국 사람들’(예문아카이브)은 남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 길에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거나 첨단 문화를 창조하며 성취를 거둔 40인을 담은 휴먼 포토 다큐멘터리다.

책의 맨 앞에 소개된 나전칠기 작가 김영준은 어릴 적 어머니가 아끼던 자개장롱의 영롱한 빛에 사로잡혔다. 그는 젊은 시절 증권가의 잘나가던 애널리스트였으나 급변하는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10년 만에 직장을 그만뒀다. 그는 나전칠기를 현대화하기로 마음먹고 미국에서 가구디자인을 공부하고, 다시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을 배운 뒤 일본에서 옻칠 장인을 찾아 기술을 익혔다. 나전칠기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파산에 직면해 택시 운전을 하기도 했던 그를 운명은 외면하지 않았다. 2007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메종앤드오브제 박람회 참가를 계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그의 작품을 알아보고 4점을 구입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인 엑스박스(X-BOX)를 제작해 달라는 특별의뢰를 받았고,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때 미사 집전에 사용하는 교황의 의자를 만들었다. 카메라에 잡힌 김영준의 얼굴과 작업에 몰두하는 모습은 그가 걸어온 길을 오롯이 담고 있다.

책에는 섬세한 감각으로 조선의 인물들을 담아낸 도자 인형 작가 오주현, 선조들의 슬기를 복원하는 금속활자장 임인호 등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이들부터 놋그릇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하는 유기장 김수영, 부채를 만드는 선자장 방화선, 칼을 만드는 도검장 이은철 등 느림의 미학을 찾는 이들 등 사진기자인 저자가 세계에 알리고 싶은 얼굴들이 담겨있다. 10년 동안 가깝게는 충무로와 인사동, 멀리는 계룡산, 안동 하회마을, 남해 외딴섬 독거혈도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촬영한 수만 장의 사진 중 250여 컷의 사진을 엄선해 실었다. 사진들은 우리 문화와 예술의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품격, 고유의 멋과 맛, 흥을 담아내고 있다. 또 그것들을 창조하는 장인들의 불굴의 정신과 땀내음이 느껴지는 사진들이 볼만하다. 424쪽, 2만8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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