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인들이 사랑하는 시인
3년만에 63편 작품담아 출간
“존재들 사이 차별·구별없는
관계에 대한 사유 담으려 해”
사람·사물 보는 순수한 시선
童心표현 3편의 동시도 포함
“시란 물항아리 같은 것 아닐까요? 맑은 물이 담긴 물항아리를 항상 곁에 두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게 한결같이 시를 써온 비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문학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문태준(48) 시인이 새 시집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문학동네)를 펴냈다.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이후 3년 만의 신작. 문학동네 시인선의 101번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모두 63편이 실렸다.
우선 긴 문장으로 된 제목이 눈길을 끈다. 이전 시집 제목은 대체로 간결했다.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등이다. 그런데 이번엔 하나의 문장이 됐다. 더구나 63편 중 하나의 시편 제목에서 따온 게 아니라 2부 두 번째 시 ‘호수’의 2행에서 따왔다.
“당신의 호수에 무슨 끝이 있나요/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한 바퀴 또 두 바퀴// 호수에는 호숫가로 밀려 스러지는 연약한 잔물결/ 물 위에서 어루만진 미로/ 이것 아니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더 낮아지고 부드러워진 시인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다. 나보다 남의 이야기, 주변의 사물에 더 마음을 기울이는 시인의 순진무구한 시선을 대변해주는 것 같다.
“이번 시집에는 관계에 대한 사유를 담으려고 했다. 생명 존재들 사이에 어떤 구별이나 차별이 없는 것. 내가 곧 당신이다는 생각이다. 관계의 주고받음, 세계와 나는 그물로 얽혀 있다고 생각했다.”
동료 문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문 시인을 첫손가락에 꼽는 것도 아마 이런 맑고 깨끗한 시심 때문일 것이다. “시에 관한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것을 잘 봐주시는 것 같다. 우리 시단에서 새로 태어나는 것들을 대중과 독자에게 잘 알리는 것뿐인데 너무 과분한 평가다.”
그 때문에 문 시인의 시 세계는 자연스럽게 순수의 동심(童心)으로도 향하고 있다. ‘동시 세 편’이란 제목으로 묶인 세 편의 동시 중 두 편은 어머니, 할머니와의 추억을 그리고 있다. 해설을 쓴 이홍섭 시인은 “어린아이의 숨결에 가까이 가고자 하는 시인의 열망은 동시풍으로 이뤄진 여러 편의 시를 낳고 아예 세 편의 동시를 묶어 선보이는 데까지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휴일’에는 한가로운 풍경이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의 한 장면처럼 흘러간다. 그 모습은 마치 어떤 초월적 존재에 가깝다.
“내가 매일 몇 번을 손바닥으로 차근하게 만지는 배와 옆구리/ 생활은 그처럼 만져진다//(…) 오전엔 장바구니 속 얌전한 감자들처럼/ 목욕탕에선 열탕과 냉탕을 오가며/ 오후엔 석양 쪽으로 바퀴를 굴리며/ 밤의 눈물을 뭉쳐놓고서// 그리고 목이 긴 양말을 벗으며/ 선풍기를 회전시키며/ 모래밭처럼 탄식한다.”
김민정 시인은 “그의 이번 시집을 어떤 ‘초월’로 읽었다. 그 초월은 거대한 것이 아니고 어려운 것은 더더욱 아니고 자연스럽게 자연이 되는 그 모든 ‘자연’이요, ‘열림’”이라고 평했다.
문 시인은 “정물을 역동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정물 속에 내적인 운동력, 풍경 속에도 동적인 에너지가 있으므로. 정적인 풍경에서 동적인 에너지를 읽어내려는 것, 서정적 단순화의 정형을 허물어 보려는 약간은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고 밝혔다.
문 시인은 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유심작품상, 미당문학상, 소월시문학상, 서정시학작품상, 애지문학상 등을 받았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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