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스위스 선수 2명이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보안업체 직원·자원봉사자 등 230여 명이 노로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올림픽 참가 선수 중에서도 감염이 확인된 것이다.

노로바이러스가 대규모 스포츠 행사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은 평창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일부 선수가 감염돼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아이작 마콸라(보츠나와)와 웨이드 판니커르크(남아프리카공화국) 간 200m, 400m 라이벌전도 무산됐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가 올 1월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 당시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체중이 3㎏이나 빠졌는데도 1등으로 골인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과거엔 콜레라·이질·장티푸스 등 세균이 수인성 감염병의 주 병원체였으나 요즘은 노로바이러스·A형 간염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평창의 경우도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조리용 물이 단체급식에 쓰이면서 최초 오염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물만 조심하면 예방 가능한 식중독은 아니다. 굴·채소 등 다른 식품을 통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노로바이러스가 주로 겨울에 유행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살모넬라균·황색 포도상구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기온이 떨어지면 증식을 멈춘다. 우리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식중독균의 이런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노로바이러스는 칼바람이 불어야 제 세상을 만난다.

노로바이러스는 실온에선 10일가량 살 수 있지만 냉장온도(4도)에선 2개월, 영하 20도의 냉동상태에선 수 년∼수십 년을 버틴다. 겨울철에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감기(라이노 바이러스 등)·구제역(구제역 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 잦은 것은 그래서다. 영하 80도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추위에 강하지만 85도에서 1분만 가열해도 활성을 잃는다.

겨울에 설 명절로 인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는 것도 노로바이러스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살모넬라 식중독 등 세균에 의한 식중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지 않는다. 설령 살모넬라 식중독에 걸린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고 수건 등 물건을 공유하더라도 식중독이 옮지 않는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맨 투 맨(man-to-man)’ 감염이 가능하다.

건강한 성인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리면 설사를 하다 며칠 내 자연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어린이, 특히 2세 이하의 영·유아가 감염되면 심한 설사·탈수·구토 등의 증세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잘 걸리는 혈액형(O형)과 잘 걸리지 않는 혈액형(B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치료·검사법이 없는 ‘3무(三無)’의 질환이다.

손을 잘 씻고 물을 끓여 마시고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 등 개인위생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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