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로바이러스가 대규모 스포츠 행사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은 평창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일부 선수가 감염돼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아이작 마콸라(보츠나와)와 웨이드 판니커르크(남아프리카공화국) 간 200m, 400m 라이벌전도 무산됐다.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인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가 올 1월 독일 알텐베르크에서 열린 월드컵 6차 대회 당시 노로바이러스에 걸려 체중이 3㎏이나 빠졌는데도 1등으로 골인했다는 뒷얘기도 전해진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과거엔 콜레라·이질·장티푸스 등 세균이 수인성 감염병의 주 병원체였으나 요즘은 노로바이러스·A형 간염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가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
질병관리본부는 평창의 경우도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조리용 물이 단체급식에 쓰이면서 최초 오염원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물만 조심하면 예방 가능한 식중독은 아니다. 굴·채소 등 다른 식품을 통해서도 전파되기 때문이다.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더욱 기승을 부린다. 노로바이러스가 주로 겨울에 유행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특성 때문이다. 살모넬라균·황색 포도상구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은 기온이 떨어지면 증식을 멈춘다. 우리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은 식중독균의 이런 특성을 역으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노로바이러스는 칼바람이 불어야 제 세상을 만난다.
노로바이러스는 실온에선 10일가량 살 수 있지만 냉장온도(4도)에선 2개월, 영하 20도의 냉동상태에선 수 년∼수십 년을 버틴다. 겨울철에 독감(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감기(라이노 바이러스 등)·구제역(구제역 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이 잦은 것은 그래서다. 영하 80도의 가혹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정도로 추위에 강하지만 85도에서 1분만 가열해도 활성을 잃는다.
겨울에 설 명절로 인해 ‘민족 대이동’이 일어난다는 것도 노로바이러스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다. 살모넬라 식중독 등 세균에 의한 식중독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파되지 않는다. 설령 살모넬라 식중독에 걸린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고 수건 등 물건을 공유하더라도 식중독이 옮지 않는다. 그러나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은 ‘맨 투 맨(man-to-man)’ 감염이 가능하다.
건강한 성인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리면 설사를 하다 며칠 내 자연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어린이, 특히 2세 이하의 영·유아가 감염되면 심한 설사·탈수·구토 등의 증세로 병원 신세까지 져야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잘 걸리는 혈액형(O형)과 잘 걸리지 않는 혈액형(B형)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예방 백신·치료·검사법이 없는 ‘3무(三無)’의 질환이다.
손을 잘 씻고 물을 끓여 마시고 음식을 충분히 익혀 먹는 등 개인위생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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