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아주 흥미롭게 본 영상이 하나 있습니다. JTBC ‘시민마이크’에서 조수애 아나운서는 한 청년과 길거리 인터뷰를 나눴죠. “남자들은 경제적 준비가 돼야만 결혼을 할 수 있나요?”라는 조 아나운서의 질문에 이 청년은 “아나운서님은 상관없나요? 돈 못 버는 남자도?”라고 되물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던 조 아나운서는 “전 상관없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잠깐의 침묵과 당황한 기색에서 이미 어느 정도 답을 찾을 수 있었죠.
자고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만큼 흥미로운 소재는 없습니다. 동시에 이보다 중요한 소재도 없죠. 남녀가 만나야 새 생명을 잉태해 가족을 꾸리고 더 나아가 사회, 국가를 이루니까요. 매해 낮아지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국가 위기를 초래한다는 우려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죄다 의사, 검사, 재벌과 서민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고, 예능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썸’(남녀가 교제 전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을 탑니다. 그리고 TV는 잊힐 만하면 ‘짝짓기 프로그램’을 내놓죠.
‘사랑의 스튜디오’와 ‘산장미팅’ ‘짝’ 등을 거친 방송가는 지난 설 연휴 기간 SBS ‘로맨스 패키지’라는 새 짝짓기 예능을 선보였습니다. 남녀 각각 5명이 한 호텔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찰형 예능이죠. 요즘 유행하는 욜로와 짝짓기를 접목한 느낌입니다.
나름 형식에 변화를 줬지만, 절대적 기준은 변하지 않았더군요. ‘남자= 직업과 재력’ ‘여성= 미모’라는 등식 말입니다. 남성 출연진은 ‘연매출 80억 원 사업가’ ‘땅 200평 보유’ ‘연세대 치대 출신 치과의사’ 등의 수식어로 포장됐고, 여성 출연진은 쇼호스트, 모델, 아나운서, 예술강사 등 준수한 외모가 뒷받침돼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였죠. ‘미스코리아’나 ‘미스 춘향’ 같은 미인대회 출신이라며 대회 출전 당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자체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판타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기는 것도 TV의 역할이니까요. ‘로맨스 패키지’를 비판한 기사에는 “그냥 예능이고, 미팅할 때 사람 심리가 저렇게 되는구나 하고 가볍게 보면 된다” “솔직히 실제로 이성 만날 때 남자는 외모, 여자는 직업을 먼저 보잖아” 같은 댓글이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시청률 또한 파일럿 프로그램임에도 5% 안팎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소위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란 거죠. 다만 짝을 찾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갖춰야 할 덕목을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은 아쉽습니다. 볼 때는 흥미롭지만, 방송이 끝난 후 상대적 박탈감만 남는다면 결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realyong@
자고로 남녀상열지사(男女相悅之詞)만큼 흥미로운 소재는 없습니다. 동시에 이보다 중요한 소재도 없죠. 남녀가 만나야 새 생명을 잉태해 가족을 꾸리고 더 나아가 사회, 국가를 이루니까요. 매해 낮아지는 혼인율과 출산율이 국가 위기를 초래한다는 우려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래서 드라마는 죄다 의사, 검사, 재벌과 서민이 만나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고, 예능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썸’(남녀가 교제 전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을 탑니다. 그리고 TV는 잊힐 만하면 ‘짝짓기 프로그램’을 내놓죠.
‘사랑의 스튜디오’와 ‘산장미팅’ ‘짝’ 등을 거친 방송가는 지난 설 연휴 기간 SBS ‘로맨스 패키지’라는 새 짝짓기 예능을 선보였습니다. 남녀 각각 5명이 한 호텔에서 3박 4일간 머물며 짝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관찰형 예능이죠. 요즘 유행하는 욜로와 짝짓기를 접목한 느낌입니다.
나름 형식에 변화를 줬지만, 절대적 기준은 변하지 않았더군요. ‘남자= 직업과 재력’ ‘여성= 미모’라는 등식 말입니다. 남성 출연진은 ‘연매출 80억 원 사업가’ ‘땅 200평 보유’ ‘연세대 치대 출신 치과의사’ 등의 수식어로 포장됐고, 여성 출연진은 쇼호스트, 모델, 아나운서, 예술강사 등 준수한 외모가 뒷받침돼야 하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대다수였죠. ‘미스코리아’나 ‘미스 춘향’ 같은 미인대회 출신이라며 대회 출전 당시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사진이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자체를 비난할 순 없습니다. 판타지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안기는 것도 TV의 역할이니까요. ‘로맨스 패키지’를 비판한 기사에는 “그냥 예능이고, 미팅할 때 사람 심리가 저렇게 되는구나 하고 가볍게 보면 된다” “솔직히 실제로 이성 만날 때 남자는 외모, 여자는 직업을 먼저 보잖아” 같은 댓글이 지지를 받기도 합니다.
시청률 또한 파일럿 프로그램임에도 5% 안팎으로 나쁘지 않습니다. 소위 ‘욕하면서 보는 프로그램’이란 거죠. 다만 짝을 찾는 남성과 여성이 각각 갖춰야 할 덕목을 지나치게 이분법적으로 나눈 것은 아쉽습니다. 볼 때는 흥미롭지만, 방송이 끝난 후 상대적 박탈감만 남는다면 결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요?
realyong@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