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최대압박 강조 빌미 취소
폐막식 맞춰 23일 이방카 訪韓
北서도 고위급 파견 여부 주목
北태도에 따라 北核 중대기로
북한이 지난 10일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을 막판에 취소한 사실이 20일 알려지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의 회담 취소 이유에 따라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 향방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으로, 향후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북핵협상이 중대 기로에 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는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가 참석하는 올림픽 폐막식에 북한이 또다시 고위급 인사를 파견할지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 부통령실 관계자들이 이날 워싱턴포스트(WP)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북·미 대표단은 당초 10일 오후 회담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북측이 회담을 채 2시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취소를 통보했다. 당일 이른 오전까지만 해도 유효하다는 입장이 바뀐 것.
회담에는 미측에서 펜스 부통령·닉 에이어스 부통령 비서실장·정보기관 관계자, 북측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북한은 회담을 철회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한·일 방문 기간에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지속하겠다고 수차례 밝히고, 한국에서 탈북자를 면담한 것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에이어스 비서실장이 WP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부통령이 방문 기간에 동맹의 중요성과 ‘최대의 압박’ 캠페인에 대한 수사를 완화하기를 원했던 것 같은데, 처음부터 우리 입장은 올림픽이 독재정권을 가리는 수단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고 밝힌 데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북한이 회담을 철회한 진짜 이유는 북·미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가 의제가 되는 상황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였을 수 있다. ‘백두혈통’인 김여정 제1부부장의 체면이 달린 상황에서 끝까지 미측의 의도를 살펴보다가 막판에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회담 취소가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몸값’을 올리려는 북한의 전형적 수법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의 예비적 대화에 열려 있는 점을 확인한 만큼, 북한으로선 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백악관 부통령실은 이날 이례적으로 실명까지 드러내면서 1차 북·미 대화 시도가 실패한 책임을 북한에 돌렸다. 이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태도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목표로 한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 대북정책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대북제재·압박과는 별도로 북한과의 예비적 대화는 열려 있다는 신호를 다시 보내면서 북·미 대화의 ‘공’을 북한에 던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향후 남북 대화 및 북·미 관계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북한은 10일 펜스 부통령과의 회담은 취소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던 식의 한·미 동맹 이간계를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여건 조성”을 언급하면서 조건부 수락을 하고, 북측 대표단과의 면담 직후 펜스 부통령과 쇼트트랙을 함께 관람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 전략이 쉽게 먹혀들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북한이 오는 23~26일 이방카 방한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인 만큼, 펜스 부통령보다 운신의 폭이 더 크기 때문에 북한이 고위급 인사를 내려보내면 북·미 간 비핵화 담판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 ‘이방카·김여정’ 면담 가능성이 솔솔 흘러나오는 이유다. 다만, 이방카의 방한에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담당 인사 동행 여부가 아직 확인되지 않는 데다 이방카도 방한 기간에 탈북자를 만날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어서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워싱턴 = 신보영 특파원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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