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여자대표팀의 스킵 김은정이 21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와의 예선 8차전에서 투구한 스톤을 주시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영화 ‘슈퍼맨’의 클라크 켄트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컬링 여자대표팀의 스킵 김은정이 21일 오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와의 예선 8차전에서 투구한 스톤을 주시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영화 ‘슈퍼맨’의 클라크 켄트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女컬링 7승… 예선1위 확정

USA투데이 한국팀 극찬
“큰 안경 낀 스킵 김은정
슈퍼맨 클라크 켄트 연상”

여자팀 ‘도장깨기’에 열광
믹스더블 선전하며 붐 조성
男대표팀도 막판 최선 박수

‘오빠 라인좋아요’ 등 유행어
팬 급증… 전국서 컬링 열풍


‘컬링 바람’이 거세다. 사상 처음으로 여자대표팀이 올림픽 4강에 진출하고 탈락이 확정된 남자대표팀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서 컬링붐이 불어닥쳤다. USA투데이는 큰 안경을 낀 여자 대표팀의 스킵(주장) 김은정(28·경북체육회)이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 클라크 켄트를 연상시킨다며 극찬했다.

출발은 믹스컬링(혼성 2인조)이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하루 전날인 8일 열린 예선 1차전에서 이기정(23)-장혜지(21·이상 경북체육회)가 핀란드를 9-4로 제압하며 한국선수단에 첫 승전보를 전하면서 불을 지폈다. 장혜지가 이기정에게 소리 높여 외친 “오빠(이기정)! 라인 좋아요”는 하나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다.

치열한 머리싸움이 전개되고, 샷 하나하나에 따라 경기 흐름이 변하는 컬링의 재미는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 TV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기정-장혜지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여자대표팀은 연일 이변의 주인공이 되면서 파죽지세를 연출했고 그동안 그늘에 가려졌던 컬링은 평창동계올림픽의 인기 종목으로 자리매김했다. 경북체육회 소속인 김은정, 서드 김경애(24), 세컨드 김선영(25), 리드 김영미(27), 후보 김초희(22)로 구성된 여자대표팀의 세계랭킹은 8위. 하지만 여자대표팀은 예선 첫 경기에서 세계 1위 캐나다를 8-6으로 꺾는 파란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세계 6위인 일본에 5-7로 패했지만 2위 스위스에 7-5, 4위 영국에 7-4,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패했던 중국(10위)에 12-5로 이겼다. 그리고 5전 전승을 달리던 스웨덴(5위)을 7-6, 미국(7위)을 9-6으로 제압했다.

여자대표팀은 20일 6승 1패로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10개국 중 가장 먼저 4강 진출을 확정했다. ‘도장깨기’에 비유되는 이유. 등록선수가 395명에 불과한 한국 여자컬링은 이제 더 이상 변방이 아니다.

USA투데이는 “한국 여자컬링은 평창동계올림픽의 가장 뛰어난 스타 중 하나”라며 “슈퍼맨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큰 안경을 낀 김은정은 슈퍼맨의 주인공 켄트가 신문사 ‘데일리 플래닛’의 정문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거울에 비친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

컬링 경기가 열리는 오전 9시, 오후 2시, 오후 8시에 TV 앞에 모이는 이들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단순히 얼음판에서 ‘비질’하는 게임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하우스, 드로 샷, 테이크 아웃 등 경기 용어가 널리 알려졌고 ‘반’컬링 전문가가 된 열혈팬들이 급속히 늘어났다. 류동하(41) 씨는 “컬링이 당구와 비슷해 이해하기 편하고 더 재미를 느끼게 되는 것 같다”며 “샷을 하기 전에 어떤 각도로, 어느 정도의 스핀으로 투구하면 상대 스톤을 쳐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곤 한다”고 말했다.

김초희를 제외한 나머지 여자대표팀 멤버가 모두 경북 의성군 출신이어서 ‘마늘 소녀’라는 별명도 붙었다. 의성군의 특산물이 마늘이기 때문. 하지만 대표팀은 좀 더 예쁜 별명을 원하고 있다. 김민정 감독은 “선수들은 마늘과 사실상 관련이 없고, 젊은 선수들이니 좀 더 예쁜 별명을 붙여주셨으면 한다”고 바랐다. 또 다른 별명인 ‘팀 킴’에는 만족하고 있다. 선수 전원과 감독까지 성이 모두 김 씨이기 때문. 컬링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페이스북과 유튜브 같은 소셜 미디어에는 대표팀의 활약을 흉내 내는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있다. 로봇 청소기, 냄비, 농구공 등 다양한 ‘스톤’을 바닥에 놓고 대걸레 등으로 브러시를 하는 영상이 줄을 잇는다.

이제 여자대표팀은 한국 컬링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이란 목표를 상향 조정, 금메달을 정조준하고 있다. 김영미는 “전국대회를 해도 관중 한 분 없이 경기했는데, 올림픽에서는 많은 분이 찾아와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좋은 샷에 박수를 쳐주실 때는 많은 힘을 받고 있으니 끝까지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김창민(33·경북체육회) 스킵이 이끄는 남자대표팀은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 도전. 남자대표팀은 4강 진출이 좌절됐으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초반 4연패를 극복하지는 못했으나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를 꺾는 뒷심을 발휘했다.

강릉 =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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