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 다 국립극단감독 역임
공교롭게도 모두 盧정부시절
당시 단원들 줄줄이 폭로하자
“인사검증 강화 계기로” 목소리
한국 연극계의 대표적 연출가 이윤택(66) 씨에 이어 원로 극작가이며 연출가인 오태석(78) 씨까지 성추문에 휘말리면서 연극계 전체가 충격파에 휩싸였다. 특히 이들이 성추행이 집중됐던 시기를 전후해 국공립예술단체 감독을 지냈다는 전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 예산으로 만든 국립극단 등의 단체에서 나온 후에도 오랜 기간 성추행·성폭행을 지속했으며, 심지어 같은 단체에서 또다시 성추행을 저지르는 등 성적 일탈의 수위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를 이끄는 원로 연출가 오태석 씨의 경우 여러 건의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최근 SNS를 통해 제기됐다. 연출가 황이선 씨는 “2002년 서울예대 극작과 입학 당시 극작과 교수로부터 신체 여러 부위를 만지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지난 18일 SNS에 폭로했다. 이에 앞서 배우인 A 씨도 SNS에 성추행 사실을 알리면서 “더러운 손을 20년이 다 되도록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고 썼고 “연극 ‘백마강 달밤에’의 연출가가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물렀다”는 내용의 또 다른 글도 올라왔다.
연극계에서는 글의 여러 단서를 토대로 오 씨를 당사자로 지목하고 있다. 2000년대 초의 성추행 의혹이 뒤늦게 제기됐지만 당시에는 그 같은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고, 오 씨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2008년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했다.
이윤택 씨 역시 2005년에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2007년에 서울예술단 대표감독으로 있었다. 극단 나비꿈 대표 이승비 씨는 이 씨가 국립극단 예술감독으로 있을 때 객원 단원이었던 자신에게 발성을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고 폭로했다. 배우 김지현 씨는 2003년 연희단거리패에 입단한 후부터 성폭행을 당해 2005년 임신과 낙태를 했다고 글에 적었다. 다른 피해자들이 밝힌 성추행·성폭행 피해도 2000∼2005년 사이에 집중돼 있다. 심지어 이 씨는 2015년 또다시 국립극단 작품에 연출로 참여해 극단 직원을 성추행했고, 이후 극단 조치에 따라 즉각 하차했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이들의 임명은 2010년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전환하기 전의 결정”이라면서 “10여 년이 지난 일로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암암리에 오랜 세월 성적 일탈을 해온 연출가들이 정부의 인사 검증을 통과해 국공립예술단체 감독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에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면서 더 공고한 문화권력으로 자리 잡은 것은 물론, 이를 등에 업고 성적 발언 및 행위를 일삼거나 이를 빌미로 배우들을 회유·협박했다면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성 문제의 경우 공식적인 범죄기록 조회 등으로 확인할 수 없어 인사 검증 시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국공립기관 인사의 경우 법의 영역을 넘어선 도덕성까지 요구되는 만큼, 역할을 맡기거나 예산을 지원할 때 성 비위와 관련한 평판조회와 검증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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