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식 논설주간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 책임
특이한 일 3차례 땐 敵의 공작
국민은 이제 北전술에 안 속아

3차 정상회담 하려는 文대통령
美와 공조하고 헌법 준수해야
핵·인권 외면은 見指忘月 잘못


과거는 현재를 미래로 인도하는 나침반이다. 제3차 남북 정상회담이 논의되는 현시점에서 2000년과 2007년의 두 정상회담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위대한 통일의 여정에서 거대한 사기극까지, 그 평가는 극과 극이다. 그렇지만 공과를 따지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진정으로 교훈을 얻으려 한다면, 잘못됐거나 미흡했던 부분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회담 뒤 한반도 정세는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의도와는 반대로 흘러갔다. 김 대통령은 2000년 6월 15일 서울공항에 도착해 “55년 분단과 적대에 종지부”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각오”를 밝혔다. 몇 달 뒤엔 노벨평화상도 수상했다. 그러나 평화는 오지 않았다. 2년 뒤 북한군의 선제공격으로 제2차 연평해전이 일어났다. 국내에서는 노무현 정부 출범 뒤 ‘대북 송금 특검’을 통해 4억5000만 달러가 비밀 지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북한은 2000년 10월 ‘고난의 행군’ 종료를 선언했다. 배급 시스템까지 붕괴했던 북한 독재 체제가 남한 지원에 힘입어 되살아난 셈이다. 2007년 10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은 노란색 군사분계선을 넘으면서 “이 금단의 선은 지워지고 장벽은 무너질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북한은 핵 개발도, 도발도 멈추지 않았다.

둘째, 회담 자체가 목적이 되면 북한 전략에 휘둘리게 된다. 김대중 대통령은 “무엇을 합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런 식이면 방향성을 잃기 쉽다. 6·15 선언 제1항은 ‘우리 민족끼리 통일’이고, 제2항은 남측 연합제와 북측의 낮은 단계 연방제 간의 공통성 인정이다. 한·미 동맹을 저해하고 북에 통일전선전술 성공 기대만 부풀려준 합의다. 2차 정상회담 경우엔 더욱 심각하다.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김정일 위원장은 통이 크고 손님을 빈손으로 보내는 사람이 아니다”면서 ‘무조건 회담’을 밀어붙였다. 이렇게 성사된 탓인지,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말들이 넘쳐났다. 노 대통령은 “내가 북측 대변인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다”고 했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해선 “평화협력지대로 해서 기존의 모든 경계선과 질서에 우선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며 자진 포기 입장을 밝혔다.

셋째, 북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면 남북관계를 왜곡시키고, 통일 과정은 더 험난해진다. 대북 저자세·퍼주기로 남북 사이에 잘못된 ‘갑을관계’가 형성됐다. 보수 정부 시기에 도발을 응징하고, 바람직한 변화에만 보상한다는 ‘원칙’을 어렵게 다시 세워가고 있었는데, 또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넷째, 미국과의 철저한 공조가 선행되지 않으면 심각한 동맹 불신을 자초하게 된다. 특히 2차 회담은 ‘반미(反美) 회담’에 가까웠다. 노 대통령은 “작계 5029라는 것을 미국이 만들었는데, 그거 없애 버렸습니다” “제일 큰 문제가 미국입니다” 발언까지 했다. 게다가 북한은 2006년 10월에 1차 핵실험을 한 상태였다. 회담 준비 단계에서도 송민순 외교장관과 미국은 철저히 배제됐다.

다섯째, 투명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국론 분열과 위헌 시비를 부른다. 1·2차 회담은 밀실에서 추진됐다. 연합·연방제 공통성 합의는 헌법 제3조(영토)와 제4조(자유민주 통일)에 어긋난다. 대통령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잘못하면 탄핵 빌미도 된다.

한 번 속으면 ‘속인 상대방’을 탓하지만(Fool me once, shame on you), 두 번 속으면 ‘속은 본인’을 탓하고, 세 번 속으면 공동 책임, 즉 공범이라는 격언이 있다. 특이한 일이 한 번 일어나면 사건, 두 번 일어나면 우연의 일치, 세 번 반복되면 ‘적(敵)의 공작’이란 말도 있는데, 냉전 시절 스파이들에게 통용되던 ‘모스크바 룰’의 한 대목이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여건’을 강조하며 3차 회담을 서두르지 않는 듯하다. 그러나 집권세력 내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평창올림픽 뒤의 해빙기가 특히 위험하다. 한·미 연합훈련이 시금석이다. 본질인 북핵 문제는 외면하면서 남북대화에 매달리는 견지망월(見指忘月)의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 헌법상 국민인 북한 주민 인권 문제도 미국에 맡기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북한의 위장 평화에 속지 않을 것임을 올림픽 기간에 분명히 보여주었다. 전쟁을 막고 평화를 지키려면 그만큼 대북 경제·외교 제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이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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