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재건축 규제 카드를 꺼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재건축 사업 허용 여부를 평가할 때 구조안전성 배점을 20%에서 50%로 높이는 반면, 주거환경은 40%에서 15%, 시설노후도는 30%에서 25%로 낮추는 방안을 내놓았다. 당초 거론되던 재건축 연한 30년→40년 연장안 대신 안전진단을 강화해 규제 효과를 내는 쪽으로 우회한 것이다. 무너질 위험이 없으면 재건축을 단념하라는 메시지다. 문 정부 들어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시행, 재건축 부담금 사전 예시 등에 이은 또 하나의 재건축 제동장치다. 이번 조치의 사정권에 들어 있는 아파트만 10만3822가구다.

집값 안정이 필요하지만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식은 곤란하다. 거주민에겐 안전 못지않게 주거 편의성과 쾌적함도 중요하다. 1980년대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주거의 질(質)보다 싼값에 대량 공급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다 보니 30년 연한을 못 채운 아파트단지도 주차공간 부족은 물론 소방차 진입도 어렵고, 방음 문제까지 심각해 주민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또 다른 안전성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재건축은 원칙적으로 거주민 판단에 맡기는 게 정도(正道)다. 하지만 문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가진 안전성 판단 권한도 사실상 국토부로 거둬들여 직접 통제하겠다고 한다. 과잉 규제에 역주행 규제다.

재건축의 준비·시행·사후 단계까지 망라한 일련의 규제 패키지는 노무현 정부의 재판(再版)이다. 그때도 지금도 과녁이 서울 강남임은 물론이다. 문 정부도 집값 상승의 주범을 재건축으로 보고 안전을 앞세워 가격을 통제하려 하지만, 역효과가 우려된다. 강남 집값 상승의 원천은 희소성이다. 대기 수요가 상존하는 터에 신규 재건축 규제로 공급을 막으면 이미 안전진단을 받은 재건축단지나 신축 아파트로 자금이 몰리면서 집값을 더 부채질할 건 자명하다. 이번 규제에 묶일 재건축 대상 아파트 가운데 강남 3구 물량은 17%에 불과하다. 양천구·노원구 등 애꿎은 지역까지 규제의 덫에 걸린 형국이다. 강남 집값에 집착해 실효성은 없고 삶의 질은 무시하는 정책을 쏟아내면 부작용만 더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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