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들어 한·미 무역관계가 미국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여러 징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 인구조사국이 집계한 2017년 3분기 무역 자료를 보면 미국의 대한(對韓) 무역적자는 좋은 수출 조건 때문에 연 누계 41%나 줄었다. 더욱이 2016~2017년 미국의 총무역적자는 12%(5660억 달러)나 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 상공회의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41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로 미국의 1인당 평균소득이 9만2000달러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왜 이러한 상황을 알면서도 한·미 FTA를 ‘재앙’이라며 재협상을 핑계로 ‘폐기’ 가능성까지 말하고 있을까? 그는 해마다 늘어나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미국이 기왕에 유지하고 있는 통상관계 때문이라고 본다. 지지자들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3년간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인의 자유무역 지지율이 2015년(5월) 58%에서 2016년(10월) 45%, 그리고 2017년(4월) 52%로 변덕스럽지만, 전체적으론 하락세다. 또한, 이러한 인식이 이념 성향에 따라 달라 공화당 소속 응답자가 민주당 응답자에 비해 1 대 2 비율로 자유무역에 대해 더 비관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FTA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세우며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지지층에 FTA 개선을 하나의 성과로 보여주려는 것은 놀랍지 않다.

미국은 지금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재협상을 동시에 추진 중이지만, NAFTA는 다자협정이고 논의해야 하는 의제가 광범위하므로 올해 안에 마무리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 전에 한·미 FTA를 결말지으려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한 협상’은 미국의 대한 무역적자를 흑자로 만들 수 있는 조건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미국의 조건은 무엇일까? 단순한 규제 완화로 이러한 결과를 얻긴 쉽지 않다. 한국 경제가 미국의 13% 정도밖에 되지 않기도 하지만, 미국산 수입품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요구하는 조건이 일방적인 관세 인상이나 한국의 단독 수출자율규제(VER)라면 한국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러한 무역은 자유무역이나 공정한 무역도 아니기 때문이다.

최고의 결과는 재협상을 계기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통상 관계가 구성되는 것이지만, 미국의 요구 사항이 과하다면 한국도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말했듯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한·미 FTA가 종료되는 경우 한·미는 최혜국 세율을 상호 적용하게 되는데, 미국의 대한 관세율(1.5%)이 한국의 대미 관세율(제조 4%, 산업 17.1%)보다 낮으므로 한국이 더욱 유리한 무역 조건을 유지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상호 관세 인상이 통상교역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한국은 미국 외에 다른 국가들과의 무역관계를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생각해 볼 수도 있다. 더욱 걱정해야 할 점은, 한·미 FTA가 불러일으킬 2차, 3차 효과다. 한·미 FTA 폐기는 한국뿐만 아니라 주변국들에 보내는 엄청난 신호가 될 것이고, 무엇보다 시장의 역반응이 예상된다. 변수가 수도 없이 많으므로 문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 힘든 만큼 한국 정부는 지금부터 여러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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