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렬한 서사와 아름다운 문체로 한국에도 독자가 많은 ‘운명과 분노’의 저자 로런 그로프의 신작이다. 미국에서 2012년 발표한 두 번째 장편인데 이번에 번역 출간됐다. 자유와 사랑을 믿는 대안 공동체 ‘아르카디아’에서 태어난 비트라는 한 남자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히피 문화가 퍼졌던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50여 년간의 삶이 녹아 있다. 아르카디아는 원래 고대 그리스 펠레폰네소스 반도의 한 지명이다. 그리스 신화에 따르면 숲의 신, 나무의 요정, 자연의 정령 등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았던 목가적 이상향을 말한다.
저자는 아르카디아라는 이상향의 탄생과 추락, 시련과 상실을 그린다. 평등, 사랑, 노동으로 탄생했던 그들의 유토피아는 결국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하지만 소설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나 실패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다. 책에서 아르카디아가 무너지는 시점은 2부의 끝, 전체 4부의 중간 지점이다. 따라서 아르카디아의 이야기는 끝에서 다시 시작되고 비트의 삶도 이어진다. 저자는 섬세하고 사려 깊은 관찰자 비트를 통해 정신 공간 속에 건설된 유토피아를 보여준다. 452쪽, 1만4800원.
김인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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