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화 감독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그의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2003년 개봉한 장편 데뷔작, ‘오! 브라더스’가 31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자 그는 걸출한 신인으로 충무로의 이목을 끌었다.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또한 각각 622만 명, 86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는 등 크게 성공하면서 명실공히 충무로 최고의 흥행사 중 하나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들인 ‘미스터 고’(2013)가 국내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그의 신드롬은 가라앉는 듯했다. ‘미스터 고’는 한국 시각특수효과(VFX)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이었으나 야구라는 특정 스포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 고릴라가 주인공이라는 점 등 소재의 특수성 때문에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주호민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또 한 편의 판타지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이 작년 말 개봉해 지금까지 약 144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함으로써 김용화는 다시 한 번 흥행사로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이승과 저승을 넘나드는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 작품은 실패작으로 불리던 ‘미스터 고’를 통해 축적한 기술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의를 갖고 있다.
김용화의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남다른 가족사(家族事)다. 불륜 현장 전문 사진사가 뒤늦게 조로증에 걸린 동생을 만나 형제애를 나누게 되는 ‘오! 브라더스’, 입양아가 친어머니를 찾아 한국에 와서 올림픽에 도전하게 되는 ‘국가대표’, 말 못하는 홀어머니와 형제의 남다른 효심을 그린 ‘신과 함께: 죄와 벌’까지, 가족은 김용화의 일관된 관심사이자 강력한 흥행요인 중 하나다. 세간의 평가대로 신파라면 신파지만 대학 시절 부모를 여의고 충무로에서 자리 잡기까지 세상 풍파를 심하게 겪어야 했던 자전적 이야기가 녹아 있기에 김용화의 그것은 말하자면 좀 더 현실적이고 진정성 있는 신파다. 미학적 측면에서의 평가는 엇갈릴 수 있으나 대중들을 끌어당기는 그의 남다른 재능만큼은 폄하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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