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대서 ‘국내 최고령 석사학위 취득’ 우제봉 할머니

7학기 만에… 우수논문상도 받아
“봉사활동 하고 싶은데 체력 한계
지식 활용해 남 도우려 공부 시작”


“늦은 나이지만 공부가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패션 디자이너 꿈을 꼭 이뤄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습니다.”

우리 나이 아흔 살로 국내 최고령 석사학위를 취득한 만학도 우제봉(89·사진 앞줄 가운데) 할머니는 23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세상에 태어나 건강이 뒷받침되는 한 나만 편히 사는 것보다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며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어 늦은 나이에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우 할머니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에서 열린 전기 학위수여식에서 특수대학원 실버비즈니스전공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4년 85세 나이로 숙대 대학원에 입학했던 그는 이날 7학기 만에 졸업하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우 할머니는 “봉사활동은 하고 싶은데 나이가 많아 육체적으로 한계가 있어 고민 끝에 내가 가진 지식을 활용해 다른 사람을 돕기로 결정했다”며 “젊은 시절 이루지 못했던 패션 디자이너가 돼 노인들을 위한 다양한 의상을 디자인해서 판매하고 그 수익금을 기부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우 할머니는 “고령화 시대에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패션이 다양하지 못해서 평소 아쉬움을 느꼈다”며 “건강이 닿는 한 계속 열심히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1929년 서울에서 태어난 우 할머니는 일생 대부분을 시부모를 모시면서 평범한 주부로 살았다. 우 할머니는 2012년 남편과 사별하면서 ‘제2의 인생’을 꿈꿨고 남은 인생은 다른 사람들을 도우면서 살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기부할 돈을 자식에게 달라고 하기보다는 직접 벌고 싶었다”며 “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을 밝혔을 때 자식들이 ‘무리하지 말고 열심히 해보라’고 격려해줬고, 학계에 있는 큰 사위도 학문적으로 큰 버팀목이 돼 줬다”고 말했다.

우 할머니 가족 중에는 저명한 학자가 여럿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숙명여대에 따르면 우 할머니 친오빠인 우제린 씨는 서울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뒤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우 할머니 큰 사위는 한양대 이영무 총장이다. 이 총장은 2015년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에도 과학 전문지인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하는 등 연구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학구파로 유명하다.

우 할머니 지도교수인 김숙응 교수는 “고령에도 수업 때마다 8시간가량을 꼿꼿이 앉아 있으시고 필기도 열심히 하셔서 정말 놀랐다”며 “오히려 젊은 친구들보다 더 큰 열정과 뚜렷한 목표가 있으셨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 할머니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석사 논문 ‘실버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과 인지연령에 따른 의류점포선택요인에 관한 연구’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최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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