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글러스’ 마보나役 차주영

“금융계 일하려다 용기내 배우
전문적으로 연기 배운적 없어
느낀대로 표현하니 공감얻어”


여기,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이 있다. KBS 2TV ‘저글러스’에서 여주인공과 각을 세우던 베테랑 비서 마보나 역을 맡은 배우 차주영(사진)이다. 드라마 ‘치즈인더트랩’을 시작으로 KBS 2TV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을 거쳐 ‘저글러스’의 마보나까지, 차주영은 여주인공을 위협하는 ‘안타고니스트’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마냥 밉상은 아니다. 결국은 여주인공에게 패할 수밖에 없지만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하던 그의 모습에 적잖은 이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웃으며) 부모님은 속상해하세요. 아빠는 ‘다음부터 착한 역할을 맡으면 좋겠다’고 하셨죠. 하지만 이제 연기를 시작하는 단계인 제게는 ‘차주영’이라는 배우를 각인시킬 배역을 맡은 것 자체가 기뻐요. 그동안 출연작에서 얄미워 보이는 이미지로 치우치기는 했지만, 향후 또 다른 배역을 맡아 극복해가면 된다고 생각해요.”

차주영은 늦깎이 신인이다. 10대 때부터 연기를 준비하며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이들과 달리 차주영은 26세 때 연기를 시작했다.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다. 부모님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한국으로 돌아와 도전장을 냈다. 안정된 직장을 갖길 바라셨던 부모님께는 죄송했지만, 이렇게 꿈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어릴 적 연기를 해보라는 제안을 받은 적은 있었지만 보수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아빠는 단칼에 ‘안 된다’고 하셨죠. 원래 금융계에서 일을 하려다가 용기를 내서 연기를 시작했어요. (웃으며) 조금이라도 젊고 어릴 때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죠. 광고도 몇 편을 찍었지만 아빠는 여전히 내키지 않으셨어요. 그런데 ‘저글러스’에 출연한 후에 저를 ‘보나(극 중 이름)야~’라고 부르실 때 깜짝 놀랐죠. 그래도 ‘딸이 나오는 드라마를 다 챙겨보시네’ 싶었어요.”

극 중 빈틈없는 비서 역을 맡은 차주영은 반듯한 외모와 언행으로 단박에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가 잡은 롤모델은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의 비서로 출연했던 영국 배우 귀네스 팰트로였다. 그 캐릭터를 기반으로 비서룩(look)도 완성했다.

“한국팔로어십센터에서 비서 교육도 따로 받았죠. 실제 한 회사의 회장님을 10년간 수행한 비서에게 많은 노하우와 일화를 들었어요. 외적인 모습은 ‘아이언맨’의 귀네스 팰트로를 많이 참고했죠. 외적으로 완벽해 보이기 위해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에 특히 신경 썼어요.”

‘저글러스’에 출연하며 관련 기사의 댓글도 꼼꼼히 챙겨 본 차주영은 네티즌의 칭찬과 격려에 큰 힘을 얻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을 꼽아달라는 주문에 ‘차주영은 정말 슬프게 우는 배우’라는 평을 떠올렸다. 극 중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은 청각장애를 앓는 아버지를 보필하던 보나는 쌓여 있던 슬픔을 눈물로 승화시키곤 했다.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운 적이 없기 때문에 보나가 느끼는 그대로를 표현하려 노력했어요. 그래서 더 많은 분이 공감해주셨던 것 같아요. ‘저글러스’를 통해 정말 좋은 기운을 얻은 만큼 더 좋은 연기로 그런 격려와 기대에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