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최나연, ‘골프메카’ 올랜도에 ‘둥지’… 유소연, 샌디에이고에
김시우·김세영, 소득세 없는 댈러스 입성… 스피스는 ‘텍사스 토박이’
플로리다주 중심부 클럽 200곳
사시사철 따뜻, 1년내내 라운드
박세리·김미현, 올랜도 거쳐가
박인비, 중학생 시절 골프수업
댈러스, 美중심부·지리적 장점
항공편 가장 많아 골퍼들 선호
최경주 정착에 양용은 집 구입
허미정 “한국음식점 많아 편리”
박세리, 현역시절 LA에 집마련
미국 최대 한인타운 있어 인기
유소연은 캘리포니아주가 좋아
천혜적 환경에 컨디션 조절 이점
투어 선수들은 이동 거리와 훈련 환경 등 갖가지 요소를 까다롭게 따져보고 거주지를 결정한다. 그중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텍사스주 댈러스,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는 투어 선수들이 가장 사랑하는 거주지역으로 뽑힌다.
올랜도는 ‘골프의 메카’로 불리는 곳이다. 올랜도를 비롯해 플로리다주 중심부에만 골프클럽이 200여 개나 산재해 있다. 사시사철 따뜻한 날씨이기에 1년 내내 라운드를 펼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미국 내 다른 곳보다 월등히 골프장이 많다. 선수들은 산책하러 나가듯 집 근처에 있는 골프장에서 연습 라운드를 돌 수 있는 셈. 미국프로골프협회(PGA of America)에 따르면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올랜도와 인근 지역에서 이뤄진 골프 게임 수는 약 600만 라운드에 이른다.
선수들이 올랜도로 몰려드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현재 PGA투어 40여 명, LPGA투어 30여 명이 올랜도에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연스럽게 코치들도 다수 살고 있다. LPGA 한국인 1세대인 박세리, 김미현, 장정 등이 올랜도에 둥지를 틀었었고, 이후에도 박인비, 최나연, 양희영, 박희영 등 10여 명의 한국 선수들이 올랜도를 거쳤다.
박세리는 몇 년 전 국내 토크쇼에 출연, 엘리베이터와 수영장, 영화관 등이 갖춰진 올랜도의 저택을 공개해 화제가 됐으며 2016년 12월 은퇴선언과 함께 처분했다. 최나연은 2004년 시즌을 마치고 올랜도 아일워스 골프장 바로 옆에 50만 달러를 주고 수영장이 딸린 주택을 샀다.
박인비는 2001년 중학생 시절, 올랜도에서 학교에 다니며 골프수업을 받았고, 졸업 후엔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로 이사해 비숍 골맨 고교로 진학했다. 최근엔 올해 LPGA투어 3관왕에 오른 박성현이 최근 올랜도에 집을 구했다.
댈러스는 미국 중심부에 있어 지리적인 장점이 있다. 지난 시즌 미국에서 치러진 18번의 LPGA투어는 서부 5회, 중부 9회, 동부 4회 열렸다. 중심에 있는 댈러스가 인기가 높은 이유.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선 교통편이 편리해야 하는데 댈러스는 항공편이 많기로 유명하다. 시차도 동부와 1시간, 서부와 2시간밖에 나지 않아 적응하는 데 부담이 없다.
특히 한국 선수들에겐 한국으로 향하는 직항편이 있어 환승을 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소득세가 없다는 점도 골퍼들을 유혹한다. 미국은 주마다 징세 체계가 다른데, 댈러스가 있는 텍사스주를 비롯해 알래스카, 플로리다, 네바다, 사우스다코타, 워싱턴, 와이오밍 등 7개 주는 소득세가 없다.
한국 선수들에겐 댈러스를 선택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바로 ‘탱크’ 최경주의 존재 때문. 최경주는 1999년 미국 무대로 진출하면서 플로리다주를 전전하다 댈러스에 정착했다. 이후 PGA에 진출한 후배들은 든든한 선배 최경주가 있는 댈러스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양용은이 대표적.
최경주는 PGA투어 진출을 꿈꾸던 양용은을 집으로 초대해 동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했고, 그 인연으로 양용은은 2008년 PGA투어에 데뷔하면서 댈러스에 집을 얻었다. 최경주 집과는 차로 5분 거리. 양용은뿐 아니라 배상문과 지난해 11월 입대한 노승열도 댈러스에 입성했다. 노승열과 배상문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사촌이다. 국내 선수 중 김대현, 홍순상 등이 미국 전지 훈련 때 최경주의 댈러스 집에서 먹고 자며 훈련을 한 적도 있다. 최근엔 올해 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자인 김시우가 댈러스에 집을 마련했다.
댈러스에 사는 가장 유명한 PGA투어 스타는 바로 미국의 조던 스피스. 스피스는 텍사스주에서 태어나 대학까지 모두 텍사스에서 마친 토박이다. 스피스는 “텍사스는 나의 고향이자 힘의 원천”이라며 애향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여자 선수로는 김세영과 허미정이 댈러스에 살고 있다. 허미정은 “1년 내내 투어를 치르다 보면 집에 머무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면서도 “댈러스엔 한국 음식점이 많고 큰 마트도 두 군데나 있어 생활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는 미국 최대 한인타운이 조성돼 한국 선수들에겐 안성맞춤. 박세리는 현역 시절 올랜도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에도 집을 마련해 머물렀다. 박세리는 “미국 생활에 지친 부모님을 위해 구한 집”이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 따뜻한 날씨와 바닷가를 끼고 있는 자연환경이 선수들을 이끈다.
유소연은 미국 진출 이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오랫동안 살았다. 미국 진출 전부터 이곳에서 동계훈련을 해온 인연으로 터를 잡았던 것. 해변을 따라 조깅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전망이 좋은 곳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며 책을 읽거나 음악 감상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푼다. 이는 지난해 3월 캘리포니아주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유소연이 우승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로스앤젤레스에서 경기장까진 차로 2시간 30분 거리였다. 장거리 비행한 선수들보다 컨디션 관리가 쉬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시즌 3승을 챙긴 김인경은 로스앤젤레스 근처인 샌디에이고에 머물며 훈련했다. 다만 캘리포니아주는 올해 기준 13.3%의 소득세를 걷어가 피하는 지역이기도 하다.
손우성 기자 applepi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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