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굴·고증뒤 옛 모습 되찾기로
일제 침략기 독립투사들의 한과 피맺힌 절규가 서려 있는 서울 서대문형무소(사적 제324호, 서대문구 현저동 101)가 1936년 모습으로 복원된다. 문화재청은 28일 문화재위원회가 사적지를 확대하고 발굴조사를 거쳐 일부 건물을 복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서대문형무소 종합정비계획을 심의해 조건부 가결했다고 밝혔다.
일제는 경술국치 전인 1908년 서대문형무소 자리에 500여 명을 수용하는 목조건물인 ‘경성감옥’을 세웠고 1912년 마포구 공덕동에 새로운 감옥을 신축하면서 ‘서대문감옥’으로 명칭을 바꿨다. 그리고 1923년 서대문형무소로 개칭했다. 서대문형무소에서는 유관순, 김구, 손병희, 한용운, 안창호 등 수많은 독립지사가 옥고를 치렀다. ‘상록수’의 소설가 심훈은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된 뒤 쓴 편지에서 “주황빛의 벽돌담은 화로 속처럼 달고 방 속에는 똥통이 끓는다”며 “생지옥 속에 있으면서 하나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없다”고 적기도 했다.
종합정비계획에 따르면 서대문형무소 복원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1936년 건물 배치 도면(도면 참조)에 따라 진행된다. 올해는 2만8112㎡ 규모의 사적지를 약 5만4919㎡로 확대하고, 내년부터 2020년까지는 확대된 사적지에서 유구(遺構·건물의 자취)를 찾기 위한 발굴조사를 시행한다. 이어 2021년 이후에는 고증을 통해 구치감과 부속창고, 의무실, 병감, 공장 등 역사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건물을 선별적으로 복원할 방침이다. 소요 예산은 약 610억 원 정도로 예상된다. 다만 문화재위원회는 ‘조건부 가결’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 사적 확대 지정 등 분야별 의견을 수렴하고, 주변 여건을 고려해 정비계획을 보완하라고 지적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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