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지난 2월 16일 노동당 고위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생일인 지난 2월 16일 노동당 고위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공개행보안한 배경 ‘관심’
매체서 비핵화 강경입장 고수
전향적인 메시지는 어려울 듯

“韓-美간 갈등 유발하기 위해
南 좋고 美는 싫은 제안할 것”


5일 오후 방북하는 대북 특별사절단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접견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최근 김 위원장이 공개 행보를 보이지 않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집권 이후 일정 기간 침묵 후 도발 패턴을 보인 김 위원장의 행보로 볼 때 남북관계와 미·북 대화에 대한 장고(長考)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최근까지 북한이 매체 등을 통해 비핵화는 대화 조건이 아니라는 강경 입장을 고수 중이어서 특사단이 김 위원장의 입에서 전향적인 메시지를 듣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5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름 넘게 공개 행보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달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광명성절’을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이래 두문불출이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김정남 암살 등 굵직굵직한 도발을 앞두고 수주간 공개활동을 하지 않은 김 위원장의 패턴을 감안하면,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와 미·북 대화에서 어떤 수를 둘지 고심 중일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은 보름간의 장고를 마친 뒤 특사단을 만나 자신의 구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대표단의 방남에 대한 답방 차원이고, 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제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후속 조치인 만큼 접견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김 위원장이 접견 자리에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을 삼가면서 미·북 대화의 여지를 남기는 발언을 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김정은은 우리는 좋아하고 미국은 싫어할 만한 카드를 써서 한·미 간 갈등을 유발하는 수를 둘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 특사 요청 가능성을 제기했다. 우 위원은 “미국은 우리 정부의 특별사절단이 평양에서 들어온 얘기를 딱 잘라 거절하기 쉽지 않겠지만,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은 미·북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에서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지난해부터 요구해온 이산가족 상봉 재개와 남북 군사회담 제의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남북 대화를 이어가면서 국제적인 제재 공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사단이 가져온 제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직접 만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있다. 전직 통일부 고위 관료는 “특사가 김정은을 만나기 전에 실무자들은 대통령 친서를 미리 받아서 읽고, 무슨 이야기를 꺼낼 건지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한 뒤 이야기가 안 될 것 같으면 안 만나게 한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 임동원 대통령 외교안보통일특보가 특사로 가서 ‘비핵화’ 얘길 꺼내려 하다 김정일을 못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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