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전제한 컨설팅 결과놓고
8일 산업경쟁력 장관회의서
STX·성동조선 처리방안 논의

文대통령 ‘거제 메시지’이후
정부가 구조조정 원칙 훼손
“부실기업 혈세지원”비난 자초

채권단내부선 청산목소리 높아


정부가 경영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동조선을 회생시키기로 가닥을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구조조정 원칙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 애초 한국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서 진행했던 2차 컨설팅 자체도 회생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결과 자체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정부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는 오는 8일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산경장)를 열고 부실기업 STX조선과 성동조선 처리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삼정KPMG가 실시한 컨설팅 결과를 공유하고, 신규자금 지원 등을 통한 회생 여부를 판가름한다.

정부 일각과 업계에서는 STX조선은 물론 존속가치보다 청산가치가 3배나 높은 성동조선도 업종변환과 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이행을 조건으로 회생시킬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이 거제지역을 방문해 조선업을 살리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후, 컨설팅 자체도 이들을 살리는 조건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퍼져 있다. 정부가 구조조정 원칙보다 지역 여론을 고려한 정치적 판단에 따라 또다시 부실기업에 혈세를 투입하려 한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이미 성동조선을 비롯한 중소조선사의 경우, 산경장이 꾸려진 2016년 당시 구조조정 원칙은 ‘채권단 추가 신규지원 불가’‘채권단 선수금환급청구(RG call) 손실 최소화’ ‘유동성 부족 발생 시 처리방향 원점 재검토 원칙 하에 추진’으로 정해진 바 있다. 정부가 이번에 방침을 변경할 경우, 스스로 이 같은 원칙을 깨는 셈이 된다.

채권단 내부에서도 이견이 상당하다. 성동조선에 대해서는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동조선은 남은 수주물량이 5척에 불과할 정도로 경쟁력을 잃었고, 이마저도 취소 위기에 놓여있다. 지난 2010년부터 채권단으로부터 4조2000억 원(출자전환 포함)을 지원받았지만, 여전히 자본잠식상태다. 성동조선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중형조선사에 대한 기능 재편 얘기는 3~4년 전 낡은 ‘버전’”이라며 “그때 시기를 놓치면서 지금은 기능재편조차 무의미한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4조6000억 원이 투입된 STX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신규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의 늑장 대처가 중형 조선사의 위기를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사실상 ‘대우조선해양 살리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면서 중형 조선사는 방치됐다는 의미다. 중형 조선사의 구조조정 골든타임도 놓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정민·황혜진 기자 bohe00@munhwa.com
박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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