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종 경제산업부 부장

이젠 회생 가능성이 떨어지는 ‘좀비기업’으로 불리지만, 조선업 호황이 절정에 달했던 지난 2006∼2007년의 성동조선해양은 한때 세계 조선업 10위에까지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었다. 당시 조선 관련 정부 지원 기관조차 호황의 끝물인 줄도 모르고, ‘고복격양(鼓腹擊壤)’의 분위기였다. 남해안에는 과잉·중복 우려에도 불구, 지자체 유치경쟁과 맞물려 중소형 조선 벨트가 우후죽순으로 들어섰다.

성동조선해양은 물론, 한때 재계 12위를 기록한 STX그룹 계열의 주축이었던 STX조선, 전북 수출의 30%를 차지하는 한국지엠, 국내 2위, 세계 14위 업체인 금호타이어가 모두 뜨거운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산업의 동시 쇠락(衰落)은 곰곰이 뜯어보면 우연이 아니다. 막을 수도 있었던, 방치된 참사라는 점에서 큰 각성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역시 ‘뒷북 대응’에서 예외가 아니다.

민간기업뿐 아니다. 부실화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뒷정리를 놓고 기획재정부도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A 공공기관은 파산 상태지만 그렇게 문을 닫아버리면 전체 공공기관, 공기업에 대한 국외 자본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니 진퇴양난이다”고 했다.

민간·공공부문에 동시에 닥친 부실 처리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것은 단순한 몇 개 기업의 파장에 그칠 사안이 아니란 엄중한 인식 때문이다. 표심을 의식할 수 없는 지방선거가 임박하다 보니 ‘피고름’을 놔둔 채 두리뭉실 뭉개고 봉합할 경우 더 큰 재앙을 초래할 것을 떠올리면 아찔하다. 일부는 이미 ‘실력행사’에 들어가지 않았나.

국내 제조업의 사업 재편이 원활치 않고 성장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저수익성 사업구조가 이어지고 혁신제품 창출 능력도 떨어지고 있다는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반추해 봐야 한다.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즉 영업이익으로 대출금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지속해서 증가세다. 2010년 2400개이던 게 지난해 말에는 3126개로, 30.25% 늘었다. 기업 성장성 개선이 답보 상태라면 이런 부실기업의 수는 더 늘 수밖에 없다. ‘한계기업의 급증 원인은 구조조정 지연 때문’(산업연구원), ‘철저한 사업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더 큰 비용으로 사업구조조정을 해야 할 가능성’(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지적이 최근 ‘버전’ 같지만 이미 1년 전 나온 얘기다. 아니 그 전에도 유사한 고언들은 적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한국지엠에서 불거졌듯 사안이 터지면 출구도 못 찾고 우왕좌왕하는 구태를 재연해서는 곤란하다. 8개월이나 열리지 않았다는 ‘산업경쟁력 관계장관회의’에 기대서는 곤란할 듯싶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포함해 주력·신성장 산업의 경쟁 토대를 원천부터 따져보는, 범(凡)부처·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가칭) ‘산업경쟁력위원회’를 상시 가동하고 고용 유연성까지 두루 살펴 유기적으로 논의할 구조조정분과를 둬 제때 신속히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할 때다. 구조조정을 실기(失機)하면 그 혹독한 대가는 기업은 물론 가계 붕괴로 이어지고 ‘3대(代)’를 주저앉힌다.

horizon@
이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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