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배희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1908년 3월 8일 미국의 여성 노동자들이 노동 현장의 참혹한 현실을 개선하고 참정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사건을 기념하여 1911년 유럽에서 첫 행사를 개최했고 우리나라에서도 1985년부터 관련 행사를 해 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여성 참정권을 얻기 위해 지난한 싸움이 있었고, 불과 몇십 년 전에야 세계는 양성 모두에 참정권을 보장하게 됐으니, 여성은 과연 최후의 식민지였다.

지금 우리 사회의 ‘미 투(Mee Too)’와 관련해 보면 더 근원적인, 어쩌면 지극히 원초적인 측면에서 유구한 여성 차별이 이제야 본격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유명 인사의 이름이 성폭력과 관련해 뉴스를 장식할지 예측 불허의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일들은 그동안 각계각층에서 암암리에 있었고, 그 과정에서 많은 피해자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돼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고 본다.

다만, 지금까지 피해자들은 모든 면에서 남성과 여성을 이중적 잣대로 가르는, 특히 성과 관련해 무도덕하고 부도덕한 사회 전반적 관행과 관습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수치스러움과 모욕, 그로 인한 불이익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간 우리 사회의 변화는 여성들의 의식 변화와 법적 권익 신장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상황은 더는 피해자들이 이 문제를 침묵하도록 두지 않았고, 지난해 가을 문단에서 시작된 성폭력 고발은 올 초 안태근 전 검찰국장의 성추행 사건으로 본격 발화돼 그 불길은 문화·예술·종교 등 사회 각 부문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월 17일 미국의 유명한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제75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한 평생 공로상 수상 소감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그는 “여성들이 지금껏 권력을 가진 남성들에게 맞서,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아무도 그 목소리를 듣지 않았고 믿어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때가 왔다(time’s up)”는 말로 오늘날의 상황을 상기시켰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미 투’ 운동은 바로 더는 그것이 필요 없는 세상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란 생각을 해 본다.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는 이 아우성들은 성범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어떤 식으로 피해자들의 입을 막고 일상적으로 2차 가해를 해왔는지에 대한 절절한 방증이기도 하다. 성희롱에서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범죄는 미소지니(misogyny·여성혐오)와 위계형 성범죄에까지 폭넓게 걸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이런 일들이 주위의 묵인이나 동조 아래 공공장소에서 공공연히 이뤄져 왔다는 점이다.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다’라는 말의 ‘사람다움’에 대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나와 타인을 바르게 존중하도록 가르치고, 또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돌아보고 바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이렇게 깊이 뿌리 내릴 수 있었던 우리 사회의 관습과 폐해를 더는 용납하거나 묵인해선 안 된다.

이에 앞서, 성범죄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제재를 통해 이러한 행동을 ‘관행’과 ‘남자다움’으로 덮으며 피해자들을 더욱 큰 고통 속으로 밀어 넣은 사회 전반의 과오를 바로 잡아야 한다. 혼돈과 혼란으로 보이는 최근 일련의 사태들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성범죄에 대해 올바른 시각을 갖고 보다 강력하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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