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사람들은 암암리에 운명이라는 것을 느껴 왔다. 처음에는 막연했겠지만 많은 사람의 생각이 모이다 보면 점점 개연성이 높아지게 된다. 과연 운명은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철학이나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보다는 자연과학적 원리를 통해 조명해야 할 것이다. 운명이 있다면 그 근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먼저 자연과학의 세계를 보자. 물리의 세계에는 운동법칙이란 것이 있다. 이 중에 뉴턴의 운동 제3 법칙이 운명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는 ‘작용 반작용 법칙’이라고도 하는데 우주 모든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세 가지 법칙 중 하나다.
우리는 걷는다. 그런데 이것은 어떻게 가능할까. 발이 땅을 밀기 때문인데 이로써 땅이 발을 밀어내는 것이다. 우리가 벽을 밀면 벽도 우리를 밀어 우리는 벽으로부터 멀어진다. 내가 남을 잡아당기면 그에 의해 우리도 끌려가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은 작용에 의한 반작용 때문인데, 먼저 행한 것은 작용이고 그 결과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힘이 바로 반작용이다. 우주의 모든 작용은 정확히 똑같은 반작용을 일으킨다는 것이 제3 법칙이다. 행위가 있으면 그 행위에 의해 반사적으로 똑같은 결과를 맞게 된다는 것이니 아주 공정한 법칙이라 하겠다.
자연계에 이러한 법칙이 없으면 우주의 모든 운행은 정지될 수밖에 없다. 로켓이 떠오르는 것도 분출되는 가스가 공간을 밀고 그로써 공간이 로켓을 밀어올리는 것이다. 모든 운동이 이런 식이다. 이것을 사회에 적용하면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것이 바로 작용 반작용 법칙이다. 물건을 사고팔 때도 같은 법칙이 적용된다. 돈을 주는 것은 작용이고 물건을 받는 것은 반작용이다. 우주는 물질세계든 인간이 사는 사회든 모두 이 법칙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죄를 짓고도 인간의 법망을 피해갔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우주가 알아채고 그에게 합당한 반작용을 주게 돼 있다. 그것이 저승의 재판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세상의 모든 작용은 반드시 그 반작용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합리적이라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일컫는다. 형평성, 균형, 정당, 당연 등 무엇으로 불러도 좋다. 세상은 공정하다는 것이다. 우연이란 것도 실은 이 같은 테두리 내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주사위를 던져 하나가 선택되면 그 반작용으로 다른 것이 나올 수 있게 되는 것이 작용 반작용 법칙이다.
이런 문제는 상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주는 신이 관리하든 자연의 법칙이 관리하든 합리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운명도 반드시 합당한 이유에 의해서만 만들어져야 한다. 운명은 한마디로 자기가 한 짓은 본인이 받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억지로 부정해 큰 이득을 얻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다가 오히려 이유 없이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 우주가 제대로 돼 있다고 믿고 이제는 그 틀 안에서 운명을 바라봐야 한다.
다시 말하자. 운명은 어떤 행위에 의해 자연 발생한 것이다. 자기 운명은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이다. 이는 손해가 아니다. 당연한 일이다. 중요한 것은 운명은 계속 발생하고 실현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에 관여하고 조절할 수도 있다. 이것이 당장 필요한 관점이다. 막연하지만 차분히 살펴보면 운명을 제어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인간에게는 그런 능력이 애당초 주어져 있다.
주역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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