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왼쪽 세 번째) 체육 교사 겸 코치가 이끄는 경북 의성여고 컬링팀이 지난 1월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개최된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컬링 부문 여자고등부 은메달을 획득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성여고 제공
강천석(왼쪽 세 번째) 체육 교사 겸 코치가 이끄는 경북 의성여고 컬링팀이 지난 1월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선수촌에서 개최된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컬링 부문 여자고등부 은메달을 획득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의성여고 제공
강천석 경북 의성여고 체육교사

11년간 훈련 맡았던 교사 전근
비전공자 코치로 작년부터 대행

퇴근 못하고 휴식시간까지 반납
학생들 일일이 집까지 바래다줘

현재 선수들 1년뒤 모두 졸업
의성여고 팀 사실상 문 닫아
평창뒤 전학문의에 희망키워


“의성여고가 컬링 명문의 맥을 이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열악한 환경 탓에 훈련에 지장을 받거나 지원이 부족해 기량이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지만 늘 부족한 마음이에요.”

강천석(50) 경북 의성여고 체육 교사는 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3월부터 컬링팀 코치를 맡은 소회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최대 히트어인 ‘영미~’를 외치며 올림픽 출전 첫해에 은메달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둔 컬링 국가대표팀을 양성한 의성여고다.

의성여고 컬링팀은 11년간 코치를 맡았던 김경석 체육 교사가 전근을 가면서 기술 코치 없이 훈련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강 교사가 전근을 오면서 코치 대행을 맡았다. 하지만 강 교사도 사범대학 체육교육과를 나왔을 뿐, 컬링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는 “비전공자가 코치로 와서 기술적으로 부족한 상태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니 애로점이 많았다”고 부임 초기를 회상했다.

강 교사는 컬링 규정집과 유튜브 동영상을 일일이 찾아가며 선수들을 가르쳤다. 교육청에서 나온 훈련비는 고작 연 1300만 원에 불과해 해외 전지훈련은 꿈도 못 꿨다.

그는 “여자 컬링 스킵(주장) 김은정 선수를 비롯해 평창동계올림픽 멤버가 모두 우리 학교 컬링부 출신인 덕에 컬링 명문학교로 거듭났지만, 유소년 체육 환경은 너무나 열악하다”며 “안정적인 기술지도 지원이 가장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의성여고 부임 이후 강 교사는 학생들이 체육 교사 한 명에 의존해 훈련하는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강 교사는 “학교에는 김은정, 김영미 선수 등에 자극을 받아 컬링 선수를 꿈꾸는 학생이 늘고 있다”며 “정부에서 전문 코치 1명을 학교에 배정해 주면 아이들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사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도 지난 1년간 휴식시간을 반납하면서 학생들 지도에 매진했다. 강 교사는 컬링팀 코치뿐 아니라, 의성여고 일반 학생들의 체육수업도 담당해야 한다. 학생부장을 맡고 있어 아침, 저녁으로 학생들의 등·하교 지도도 맡고 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일반 학생들을 지도·감독하는 일도 다른 교사들과 나눠 맡았다.

그는 “오전 7시 30분에 출근해서 오후 9시에 퇴근하는 날이 대부분”이라며 “주 4회 컬링팀 훈련이 있는 날이면 퇴근은 더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강 교사는 컬링팀 훈련이 끝나면 학생들을 일일이 집까지 바래다준다. 강 교사는 “컬링팀 아이들은 특히 자식같이 보살펴주려고 노력한다”며 “하굣길을 함께하면서 또 운동하면서 힘든 점도 들어주고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참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이 팀을 이뤄 경기하다 보니 신경전도 있기는 하지만, 컬링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아이들이라 크게 다투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컬링팀 학생들이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낄 때, 이를 달래주는 것도 강 교사의 몫이다. 그는 “국내 실업 컬링팀이 몇 개밖에 없어 학생들의 진로가 불투명한 것이 현실”이라며 “실업팀 이외에도 대학에 진학해 생활체육 코치나 심판 등이 될 수 있는 길도 열어놓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강 교사의 컬링팀에 대한 열정을 학생들도 느낀 덕분인지, 의성여고는 지난 1월 충북 진천군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개최된 제99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 컬링 부문 여자고등부 은메달을 획득했다. 지난해 열린 제98회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서는 동메달을 땄었다.

그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컬링팀은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의성여고 출신 선수들로 뭉친 국가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강 교사는 “컬링에 관심이 없던 일반 학생들도 컬링팀을 더욱 주목하게 됐다”며 “컬링팀 아이들도 선배들의 활약을 보면서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포부를 묻는 말에 강 코치는 “동계체육대회 금메달과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올 한 해도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수 발굴에도 좀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현재 선수들이 1년 후 졸업하게 되면 사실상 의성여고 컬링팀은 문을 닫게 된다. 그는 “올해 중학생 특기자 5명 배정권을 받았지만, 올림픽 이전이었던 탓에 신청자가 없었다”며 “하지만 올림픽 이후 컬링부에 들어오기 위해 의성여고로 전학을 문의하는 전화도 제법 늘어난 만큼 미래의 꿈나무를 발굴하는 데 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강 교사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세계를 놀라게 한 ‘의성 마늘 소녀들’의 매운맛이 평창에서만 그치지 않도록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선생님 선생님 우리 선생님’은 교권 회복과 아동이 행복한 환경 조성을 위해 문화일보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공동기획으로 진행하는 연중캠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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