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원봉사 고려인 4세 오가이

개·폐회식때 입장·퇴장 도와
“숙소·음식 모두 만족스러워”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자원봉사자인 아나스타시야 오가이(24·사진) 씨는 고려인 4세다. 증조부가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고, 가족은 지금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우수리스크에 살고 있다. 오가이 씨는 어머니도 러시아 한인 교포인 고려인. 그의 뿌리는 한국이다. 8일 평창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만난 오가이 씨는 “가족 문화가 러시아보단 한국에 가깝다”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패럴림픽을 놓칠 수 없어 자원봉사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오가이 씨는 개·폐회식 담당. 오가이 씨는 러시아어, 한국어, 그리고 영어에 능통하기에 다양한 국적의 선수, 관중을 안내하고 도울 수 있다. 오가이 씨는 2013년 2월 뿌리를 찾아 한국에 왔고 연세대 어학당에서 공부한 뒤 한국어능력시험에서 가장 높은 6급을 획득했다. 2014년 3월 연세대에 입학했으며 지난 2월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다. 오가이 씨는 “고교생 시절 한국인 목사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강한 인상을 받았고 그래서 한국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면서 “평창패럴림픽 자원봉사에 전념하기 위해 취업은 잠시 미뤘다”고 말했다. 오가이 씨는 “국제단체에서 일하고 싶다”면서 “그 전에 무역회사 등 일반회사에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덧붙였다.

자원봉사 통역 업무에 지원했지만, 업무 배정 단계에서 개·폐회식 지원으로 바뀌었다. 오가이 씨는 “평창동계패럴림픽 자원봉사자로 선발됐다는 얘기를 전하자 어머니께서 무척 좋아하셨다”면서 “봉사하기 위해 지원했기에 업무 변경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회식은 9일 오후 8시 올림픽스타디움에서, 폐회식은 18일 오후 8시 역시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오가이 씨는 “개·폐회식에서 선수들의 입장과 퇴장을 돕고 휠체어가 필요한 선수들에게 대여하는 일을 맡고 있다”며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불만이 높았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걱정했지만, 막상 평창에 와보니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오가이 씨는 “근무지와 근무 환경은 물론 숙소, 음식도 모두 만족스럽다”면서 “한국에서 열리는 큰 대회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게 돼 뿌듯하다”고 강조했다.

평창패럴림픽엔 549명의 외국인이 자원봉사자로 참가했다. 오가이 씨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만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한국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평창과 패럴림픽은 내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가이 씨는 “평창동계패럴림픽이 안전하고 즐거운 ‘한마당’이 되길 바라고 그렇게 되도록 애쓰겠다”고 약속했다.

평창=글·사진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
허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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