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대표와 만찬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특사단을 배웅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했다. 왼쪽부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 김 위원장,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 대표와 만찬을 마친 뒤 손을 흔들며 특사단을 배웅하는 모습을 조선중앙TV가 6일 공개했다. 왼쪽부터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김여정 중앙위 제1부부장, 김 위원장,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연합뉴스
- 北 비핵화 로드맵 전망

美본토위협 ICBM폐기 제시뒤
核시설 완전 폐기 수순 밟을듯

국제사회서 사찰요구 받으면
北, 전력용 경수로 요구할듯


9일 미·북 대화의 물꼬가 트이면서 앞으로 비핵화 로드맵이 어떤 식으로 마련될지 주목된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영변 핵시설 등 핵무기 이동·제조 기술에 대한 미국 측의 검증과 폐기 요구가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도 한·미 군사훈련 중단 및 축소, 국제사회의 제재 해소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제재를 통한 외교적 협상→북의 핵 동결→비핵화로의 단계별 조치 사찰과 검증→단계별 대북 제재 해제→비핵화→대북 경제 지원이라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따라서 이제 핵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선언만 한 북한이 핵 동결을 넘어 현존하는 핵 폐기라는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엔 장애가 많아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이 정도면 대화의 입구에는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부터 로드맵에 따라 서로 하나씩 주고받는 과정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기 때문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백악관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전제 조건으로 항상 제시했던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이라는 표현도 빠져 있다.

미국은 당장 본토 위협의 핵심 기술인 ICBM 폐기와 핵탄두 소형화 기술에 대한 검증과 폐기 프로그램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에 대해 한·미 군사훈련의 축소나 중단 등을 대가로 요구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북한은 방북한 정 실장에게 4월 시작되는 군사훈련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반도 정세가 안정화되면 한·미 훈련이 조절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미국 등이 다음으로 요구할 카드는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폐기일 것으로 보인다. 영변 핵시설 등 그동안 핵 개발에 이용됐던 모든 시설에 대해 국제사회의 사찰을 받고 이를 영구 폐쇄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협상 카드는 국제사회의 제재 해소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과거 협상 때 등장했던 북한의 전력 공급을 위한 경수로 건설 제안, 원유 공급 제한 해제 등이 미국 등 국제사회가 해 줄 수 있는 대가로 거론된다. 주한미군 철수도 요구될 가능성이 있지만, 주한미군 주둔 목적이 북한을 겨냥하는 것뿐 아니라 중국 견제와 같은 미국의 전반적인 동아시아 전략과 관련이 있어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비핵화 대화의 최종적인 단계는 양국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 상황에 이르면 중단된 6자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미·북 관계가 정상화되면 북·일 관계 정상화 등도 자연스럽게 얘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남북한 군비 감축과 같은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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