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수사과·지능범죄수사대
기업·공직기강 수사에 전력
수사·기소 분리 당위성 강조
檢·警의 견제·균형원칙 주장


경찰은 대기업 관련 수사에 집중하면서 ‘특수수사 역량’을 보여주고, 검찰의 ‘무소불위 권력’ 문제점을 부각해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여론의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경찰이 기업들을 무리하게 옥죄는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선도 생겨나는 실정이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들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기부한 의혹과 관련, 경찰은 황창규 KT 회장을 늦어도 다음 달에는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월까지 수사를 마치겠다는 목표 아래 관련자 소환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황 회장이 정치자금 기부를 지시했거나 최소한 보고받아 알고 있었을 개연성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청 특수수사과와 지능범죄수사대 등을 동원해 기업 또는 공직기강 관련 수사에 전력을 쏟고 있다. 경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자택공사 비리 혐의와 관련해 대한항공과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전·현직 임직원이 배임수재 혐의를 받는 대림산업에 이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금융·회계 분석과 경제·금융범죄, 부패범죄 관련 수사 전문성 제고를 위해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전담조직도 구성키로 했다. 횡령·배임 등 굵직한 기업 수사는 검찰의 ‘전문 영역’이란 이미지가 강했던 점에 비춰 볼 때, 경찰도 얼마든지 특수수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 경찰 수사권 독립의 근거를 확보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경찰이 이례적으로 기업 수사의 최전선에서 칼날을 바짝 세우는 데 대해 기업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법 위반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을 받겠지만, 사법적 판단이 나오기도 전부터 ‘문제 있는 기업’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기업을 향한 경찰의 칼날이 매서워 정신을 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경찰은 수사·기소 분리와 검사의 영장청구권 독점 폐지 등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도 강조하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검사가 경찰의 모든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보유해 언제든 경찰 수사를 자의적으로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검사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경 관계를 협력관계로 두는 규정을 형사소송법에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다수 국민이 요구하는 바와 같이 검·경이 상호 견제와 균형 원칙을 견지하기 위해 검찰의 과도한 권한을 분산하는 수사권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준영 기자 cjy3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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