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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檢 앞에 불려 나온 MB

소환 부당하다 에둘러 표현
“민생 어렵고 안보엄중” 언급
과거사 매달리는 정부 비판
혐의 말 않고 법리다툼 예고

일반 승강기 타고 조사실로
한동훈 3차장과 20분간 면담
朴 앉았던 1001호서 조사받아
“과정 투명해야” 영상녹화 동의


14일 검찰에 소환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단어를 직설적으로 사용하지는 않으면서도 사실상 심중에 남아 있는 ‘정치 보복 프레임’ 뉘앙스가 담긴 발언이다. 자신에게 제기된 혐의에 대해선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문제 삼으며 혐의를 다툴 것을 예고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역시 110억 원에 달하는 뇌물수수 혐의와 다스와 관련한 각종 의혹의 정점으로 이 전 대통령을 지목하며, 끝장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양측은 이날 하루 동안 치열한 마라톤 공방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9시 23분쯤 류우익 전 청와대 비서실장, 맹형규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 측근들을 다수 대동한 채 검찰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 앞에 서서 준비한 메시지를 읽었다. 자필로 작성한 A4 용지 한 쪽 분량의 원고를 2분에 걸쳐 읽는 동안 이 전 대통령은 줄곧 정면을 응시했다. 특히 “다만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 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결연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에 걸친 불법을 수사해왔던 검찰의 ‘적폐 청산’ 작업에 대해 정면으로 날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전직 대통령으로서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마는 말을 아껴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하고 있다”고도 했다. 검찰 소환의 부당성을 표현한 말이다. 이 전 대통령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죄송하다”면서 민생 경제의 어려움과 안보 환경의 엄중함을 언급한 것은 검찰의 과거사 수사에 힘을 실은 문재인 정부를 비판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날 발언은 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며 ‘정치 보복’ 프레임을 처음 제기한 발언의 연장 선상에 있다. 그는 당시 “지난 6개월간 적폐 청산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 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보수층 지지자에 대한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당장은 법적 테두리 내에서 혐의를 다투는 데 집중하되,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할 경우 ‘정치 보복’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방안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이날 메시지는 전날 변호인단 및 측근들과의 협의를 거쳐 이 전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한 입장을 밝힌 이 전 대통령은 혐의에 대한 질문엔 침묵한 채 일반 승강기를 타고 서울중앙지검 10층에 위치한 조사실로 향했다. 이 전 대통령은 승강기가 도착하자 “내 변호사는?”이라고 물으며 변호인 없이 승강기에 오르지 않으려 하는 등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조사에 앞서 1010호 특수1부장실에서 20여 분간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중앙지검 3차장과 면담을 거친 뒤 오전 9시 50분부터 같은 층 1001호 특수부 조사실에서 본격적인 피의자 신문을 받았다. 검찰에서는 각종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한 송경호 특수2부장과 다스 관련 의혹을 책임졌던 신봉수 첨단범죄수사1부장이 교대로 이 전 대통령의 앞에 앉아 질문했다. 그 옆에는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이 배석해 신문 조서 작성 실무를 맡았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앞서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한 강훈·피영현·박명환·김병철 변호사 4명이 번갈아 조사실에 입회했다. 이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전 과정은 영상 녹화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앞서 검찰의 영상 녹화를 거부했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조사 과정은 투명해야 한다”며 영상 녹화에 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이날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사실 옆 1002호에 휴게실을 마련했다. 이 전 대통령은 소파와 침대 등이 비치된 이곳에서 점심과 저녁 식사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의 혐의가 권력형 부패 범죄에 기업형 경영 비리가 결합한 복잡한 구조인 만큼 조사는 밤새 이뤄질 전망이다. 1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에 출석한 지 21시간 만에 귀가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대통령 경호를 위해 이날 0시부터 서울중앙지검 청사 출입을 통제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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