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활동비·삼성대납 등
110억원 뇌물수수 혐의에
횡령·배임액만 300억원대
수사팀 ‘죄질 무겁다’ 기류
檢 “신병처리 아직 결정안돼”
조사태도·국민여론 등 변수
前대통령 또 구속에 부담도
문무일총장 최종 결정할 듯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검찰의 고민은 이미 ‘조사 이후’로 넘어가 있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내 중론인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과 태도, 국민 여론 등이 막판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혐의만 20여 개, “구속사유 충분”= 검찰 관계자는 “미리 신병 처리 방침을 정해놓고 조사하지 않는다”며 “이 전 대통령 조사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구속수사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기류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110억 원대 뇌물수수, 300억 원대 횡령·배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조세포탈 혐의 등 때문이다. 범죄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가장 무거운 혐의는 110억 원대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다. 특가법은 1억 원 이상 뇌물을 수수한 사람은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검찰은 국가정보원에서 청와대로 흘러간 특수활동비의 규모를 17억5000만 원가량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은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을 기소하며 이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의 ‘주범’으로 규정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대납한 것으로 조사된 다스의 미국 소송비용 500만 달러(약 60억 원) 역시 다스의 실소유주로 여겨지는 이 전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로 보고 있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등 민간으로부터 받은 불법자금도 수십억 원에 달한다.
검찰이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고 결론 내리며 다스를 둘러싼 경영비리 역시 이 전 대통령이 소명해야 할 범죄 혐의가 됐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은 다스가 미국에서 김경준 전 BBK투자자문 대표를 상대로 떼인 투자금 140억 원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벌이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외교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고 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혐의만 놓고 보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문무일이 최종 결정할 듯 = 애초 검찰은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상황에서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하면 검찰은 물론 정권에도 부담이 된다는 주장이 야권뿐 아니라 여권 일각에서도 제기됐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물적 증거와 진술이 다수 확보되고 삼성의 소송비 대납 등 의외의 새로운 범죄 혐의가 드러나며 검찰 내 기류도 많이 바뀌었다. 수사팀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이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는 점도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김백준 전 기획관 등 공범 혹은 종범들이 상당수 구속돼 있어 검찰 입장에서는 형평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이 이날 조사에서 상당 부분 혐의를 시인하고 검찰이 차명으로 판단하고 있는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취할 경우 불구속 기소 후 법원의 판단을 받아볼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조사를 기점으로 ‘정치보복’이라는 여론이 크게 일어날 경우에도 검찰이 한 발 물러설 가능성이 있다. 결국 구속영장 청구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은 수사팀으로부터 이 전 대통령 조사 내용을 포함한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뒤 법조계 원로와 사회 전반의 의견도 두루 청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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