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엄마를 진아, 불렀다 여보도 아니고 당신도 아닌 진아! 오빠들의 이름 끝자를 딴 엄마의 별칭이다 진아, 손가락 빨듯 주머니를 홀치듯 아버지가 엄마를 잡아당기는 속내 빤했다

배고플 때 재떨이 필요할 때 물 마시고 싶을 때 제사 지낼 때 화장실에 휴지 떨어졌을 때 주머니 속 텅 비었을 때…



우리 아버지 진아, 앞에선 평생 손가락 까닥하지 않았다



어느새 늙어 꼬부라진 진아! 지팡이 짚고 아버지 앞에 섰다. 지금이라도 진아, 부르면 늙은 엄마 “예”하며 벌떡 일어설까, 코앞에 대령할까

장례사가 아버지 몸 이리저리 굴리면서 비단옷 손과 다리에 꿰는 중이다 입술 조금 당겨 웃는 듯. 응석 부리듯 우리 아버지 죽어서도 진아! 태평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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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 서울 출생. 1999년 ‘현대시학’ 등단. 고려대 문창과 박사과정 수료. 시집 ‘너를 훔친다’ ‘손’ 등에 이어 2018년 1월 신작집 ‘일부의 사생활’ 출간.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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