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주주총회 시즌 3월이다. 그런데 결의 요건 미달로 총회 성립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 10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대주주는 소유 주식 중 3%까지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상법 규정(3%룰)이 문제다. 이처럼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되므로 소액주주들이 충분히 참석하지 않으면 감사(위원)를 선임할 수가 없다. 지난주 총회가 열렸던 영진약품은 120명의 영업사원이 영업을 팽개치고 주주를 모시려 동분서주했지만, 결국 감사위원 선임 결의가 무산됐다. 이 회사는 조만간 임시총회를 다시 소집해야 한다.

그동안 업계와 학계는 2017년 말 폐지된 ‘섀도보팅’ 제도의 연장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섀도보팅이란, 기업의 주주총회 의결정족수가 부족할 때 주주들이 맡긴 주식을 근거로 예탁결제원이 주총에 참여한 주주들의 의결 비율대로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제도로서, 1991년에 도입됐었다. 그런데 당국은 본래 2014년 폐지키로 했던 이 제도를 3년이나 연장해 줬다며 연장 요청을 단칼에 잘랐다. 3년이면 현재 보통결의의 경우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과 출석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라는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요건이 상법 개정을 통해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봤던 것이다. 이에 맞춰 제20대 국회에서도 윤상직·권성동 의원이 상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여당은 국적 불명의 경제민주화 입법과의 협상을 요구하며 법안 통과를 끝내 외면했다.

총회에서 감사(위원) 및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으면 거래소의 제재 조치 대상이 되는데, 당국은 이를 면제하는 조건으로 전자투표 의무화, 총회 일자 분산,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독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등 실효성도 없는 것들을 대안이라고 내놓았다. 영진약품의 경우도 이 모든 조치를 다 이행했지만 감사위원 선임이 무산된 것이다.

문제는, 주주들이 총회에 참석할 유인이 없다는 데 있다. 한국은 개인주주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주주 수로는 99%가 개인주주이며, 보유주식 수는 50.1%에 이른다. 현대인의 투자 성향은 주식의 ‘소유’가 아닌 ‘거래’에 중심이 있다. 한국 주식투자자의 매매 회전율은 2017년 기준 유가증권시장 163.40%, 코스닥시장 391.74%로 매우 높다. 주가 차액이 목적이지 지배구조의 개선 등에는 관심이 없어 3∼6개월이 지나면 처분해 버린다.

12월 말 기준으로 작성한 주주 명부상의 주주가 다음 해 3월 주주총회 때에는 주식 처분으로 이미 주주가 아닌 경우가 허다하다. 총회가 겉돌 수밖에 없다. 지배주주가 없고 주식이 널리 분산된, 이른바 소유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일수록 총회 성립이 어렵다는 역설이 발생한다. 대기업은 기관투자가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현 정부가 보호하려는 중소·중견 기업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식을 보유하지도 않아 총회 불성립의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밖에 없다. 회사의 피해는 결국 소액주주의 손해로 귀결된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독일, 영국, 오스트리아, 중국, 일본, 스위스, 스웨덴,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같이 출석주주의 의결권 과반수로써 결의가 성립되도록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감사(위원) 선임 때 적용되는 악명 높은 3%룰을 폐지해야 한다. 이런 룰을 채택한 나라는 세상에서 한국뿐이다. 또한, 지금이라도 섀도보팅 제도의 한시적 재도입을 서둘러야 차후 임시총회에서라도 감사(위원) 선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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