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도로연결 추진 TF 검토
문산~신의주,고성~나진·선봉
두개 축으로‘액션 플랜’마련
남북관계 호전되는 대로 가동
올 통행요금 감면제 4200억
전체 통행료 수입 10% 넘어
총량제나 일몰제 고려할 만
올 유지·보수 예산 2조8000억
신규건설 1조9000억보다 많아
“재임 기간 남북 도로연결과 같은 북한과 관련한 기본바탕이라도 깔아놓고 가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생각보다 기회가 빨리 찾아왔습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 성사 소식이 전해진 후, 1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KEC 업무지원센터에서 이강래(65)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만났다. 3선 국회의원이자 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으로 ‘여의도 최고의 전략가’로 손꼽히는 이 사장은 북핵 문제에 정통한 정치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 29일 취임 후 갓 100일을 넘겼지만, 북한 전문가인 그는 이미 남북 평화 시대를 맞아 도공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청사진을 그려놓고 있었다.
이 사장은 “남북 정상회담 개최가 결정됐다는 것은 도로 분야에서도 남북 연결을 위한 협력의 가능성이 열린다는 의미”라며 “전문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그간의 사업을 점검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을 치밀하게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2005년 북한도로 준비조직을 꾸린 뒤 남북 교류협력을 위한 기초를 다져왔다. 2007년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현지조사, 2008년 남북협력사업 도로분야 기술지원, 2013년 남북한 도로 설계기준 비교분석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준비는 2016년 4차 북핵실험과 함께 ‘올스톱’됐다.
이 사장은 “문산∼개성∼평양∼신의주를 잇는 하나의 축, 고성∼금강산∼원산∼함흥∼나진·선봉을 잇는 또 다른 축에 초점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가 호전되는 대로 바로 가동할 수 있도록 액션 플랜을 짤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6년 초 정부 차원에서 문산∼개성 고속도로 중 남방한계선까지 남측 구간 건설 타당성을 조사한 바 있다. 그는 다만 “처음부터 너무 큰 그림을 갖고 달려들면 개방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북한이 부담을 느끼고 경계할 수 있다”며 “북한을 지원하고 신뢰를 쌓아가며 접근하면 좋은 성과가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사회간접자본(SOC)은 국토 대동맥이자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선으로 남북 도로가 연결되면 남북 간 소통 통로가 생기게 되는 셈”이라며 “배구단(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경북 김천 하이패스 여자배구단)과 함께 평양에서 북한과 친선 게임을 하는 꿈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남북체육교류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사장은 지지와 우려를 동시에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고속도로 통행요금 무료화 정책에 대한 입장도 솔직히 밝혔다. 그는 “공익성 차원에서 명절 통행료 등을 감면해주는 정책은 전폭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그러나 통행료 수입이 4조 원대에서 정체돼 있기 때문에 경감 항목이 추가될 경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공익 목적의 감면제도가 4200억 원에 달해 전체 통행료 수입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경감 상한선을 두는 ‘총량제’와 면제하고 있는 조치를 일정 기간 뒤 없애는 ‘일몰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사장은 “예를 들어, 소형차 특히 경유차는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감면 정책을 적용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환경 오염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그런 부분들을 우선 손봐야 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고, 국토교통부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도로공사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통행요금 현실화를 위해 탄력요금제(혼잡도가 높으면 비싸게 받고 낮으면 싸게 받는 것)를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탄력요금제가 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비해 지금은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 오히려 출퇴근 시간에 감면 혜택을 주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주어진 편익을 회수한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일몰제·총량제와 더불어 중장기 과제로 검토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도로공사 부채는 27조5000억 원에 달한다.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4%포인트나 떨어졌고 액수로도 300억 원 줄었지만 여전히 천문학적 규모다. 이 사장은 “도로는 공공재고 공공재는 조세를 갖고 만드는 게 맞다”며 “빚을 내 도로를 짓기 때문에 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지만 추가로 건설해야 할 물량은 많지 않아 부채도 자연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 수요가 줄면서 도로공사의 주 기능도 유지 관리 쪽으로 옮겨갈 전망이다. 올해 도로공사 예산은 건설이 1조9000억 원인데 반해 유지 보수 쪽이 2조8000억 원이나 된다. 도로공사는 이에 맞춰 유지 관리의 질적 고도화를 추진하고 조직도 개편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현재 4000㎞의 고속도로를 유지 관리하고 있고 앞으로 관리노선이 늘어날 것”이라며 “고성능카메라, 레이저센서 등을 탑재한 차량으로 교통차단 없이 시속 80㎞ 이상 주행하며 점검 가능한 장비를 개발하고, 드론 등 점검로봇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구간도 상시 점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던 1994∼1997년 건설 쪽 인력들을 많이 채용했는데 지금은 건설 수요가 줄어 인사 적체가 문제가 되고 있다”며 “창립 50주년을 맞는 내년 2월 인력 배분을 새롭게 하는 식으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4차 산업혁명에 맞춰 도로를 질적으로 첨단화할 계획”이라며 “2022년까지 전 구간 스마트고속도로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취임 후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공사현장, 지역본부 등을 돌며 직원들과의 소통에 주력했다”며 “역대 사장 중 군 출신이 많아 군사문화가 남아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경직돼 있었던 문화가 소통을 강조한 뒤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소통·안전·신뢰를 4대 핵심가치로 삼고,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강화·친환경 최첨단 고속도로·빠르고 안전한 고속도로·지속적인 혁신과 소통을 4대 경영방침으로 설정했다”며 “국민에게 사랑받는 최고의 공기업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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