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대부분 혐의 대해 부인
檢은 “증거인멸 우려 크다”
진술분석·법리검토 등 착수
사실상 구속영장 청구 초읽기
前대통령 또 구속…文 ‘신중’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21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구속영장 청구를 염두에 둔 법리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수사팀의 보고를 받은 뒤 늦어도 다음 주 초반까지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檢 예상 틀 안의 MB 진술 = 검찰 관계자는 15일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난 뒤 “이 전 대통령은 대부분 혐의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다스 실소유주 의혹, 불법자금 수수 의혹 등에 대해 아예 몰랐거나, 관여하지 않았거나, 설사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자 선에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검찰이 그간 공개하지 않은 물증이나 측근들의 진술을 제시했을 때 놀라는 경우도 있었지만 기존 입장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 같은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은 조사를 앞두고 예상했던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만큼 검찰은 진술 내용에 대한 분석에 나섰다. 이미 확보한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김희중 전 부속실장, 김성우 전 다스 사장 등 측근 및 핵심 관계자들의 진술, 다스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 등에서 확보한 문건과 이 전 대통령의 진술을 비교·분석하는 등 수사보고서 작성 작업도 착수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직접 조사의 필요성을 밝히면서도 이 전 대통령이 그간 유지해 오던 입장을 바꿔 혐의를 전면 인정하는 등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혐의가 ‘다스 실소유주 의혹→수백억 원대 다스 경영 비리→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60억 원 대납 뇌물 의혹’ 등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데다 혐의가 110억 원대 뇌물수수 등으로 법정형이 가볍지 않은 만큼 혐의의 일부만 인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 입증에 중요한 ‘물증’을 제시하며 이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중한 검찰총장 =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검찰이 구속영장 청구 수순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이 이미 거침없는 수사로 상당한 증거 자료를 확보한 상황인 데다,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개 안팎의 혐의를 받는 이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고 설령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실무선에서 이뤄진 일”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스 및 강남구 도곡동 땅 실소유주 의혹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재산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태도는 친형 이상은 다스 회장과의 말맞추기 등 법적으로 증거 인멸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를 뒷받침하는 부분이다.
추정되는 뇌물 액수만 110억 원대에 이르고 횡령 등 비자금 규모도 300억 원대에 이를 정도로 혐의 내용도 무거운 편이다. 김백준 전 기획관 등 종범 혹은 공범들이 모두 구속돼 있는 사실도 법적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검찰로서 구속영장 청구에 무게가 실리는 지점이다. 수사팀도 이 같은 판단을 염두에 두고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조만간 이 같은 판단까지 포함해 수사 내용과 향후 계획을 문 총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단’해야 하는 문 총장은 신중한 모습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1년 사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구속 수사한다는 부담 등도 고려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문 총장이 영장 청구를 두고 신중하게 판단해 다음 주 초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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