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및 미·북 정상회담 개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핵(北核)으로 야기된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바뀐 것이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신중함에서 낙관론으로 기우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4일 “꼬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는 게 아니라 ‘고르디우스의 매듭’과 같이 끊어버리는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쾌도난마(快刀亂麻) 식으로 북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협정 등을 일괄 타결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키자”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 등 정지 작업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일단 만나면 한꺼번에 풀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의 발로일 것이다.

이런 방식은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실제로는 성립될 수 없다. 한꺼번에 합의하는 것과,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25년 동안 일괄 타결 방식도, 단계적 접근도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다. 명칭은 다르지만 정권마다, 또 북핵 위기 발생 때마다 국제 합의에서 그런 방안이 마련됐다. 어느 경우든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의지가 없어 무너졌다. 통 큰 합의일수록 북한 기대감을 부풀리거나, 초기에 제공할 보상을 키울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허황한 수사(修辭)로 본질을 흐리기보다 ‘도발-협상-합의-보상’의 악순환을 고르디우스 식으로 끊기 위해 창의적인 신(新)해법을 모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때다. 남북 정상회담 이전에 마련해 관련국들과의 조율까지 마쳐야 한다. 대화 국면으로의 급선회가, 미국은 물론 중국까지 가세한 ‘북핵 최대 압박’의 결과라는 데 답이 있다. 북한의 핵 포기 ‘제스처’에 단계별 보상을 제기했던 ‘보상(merit) 시스템’을 합의 불(不)이행 시의 ‘처벌(demerit) 시스템’으로 전면 전환해야 한다. 마침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지명자도 14일 “실패한 역사의 매듭을 끊고, 완전한 북핵 폐기(CVID)를 이끌어내겠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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